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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노트/경영 이론과 실제

혁신적인 회사의 점심시간이 긴 이유

창의력에는 '잡음'섞인 리프레쉬가 필요하다

 

 

주 중에 일을 하다 보면 간혹 점심에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함께 할 때가 있다. 보통 외근이 잦은 친구가 회사 근처로 오곤 하는데, 내근이 위주인 나는 잠깐이나마 회사 내부에서 벗어나 편하게 식사 한 끼 즐기는 것이 꽤 기분전환이 된다. 그러나 조금 외각에 위치한 식당에 가거나, 음식이 늦게 나올 때가 있다. 이렇게 밥 먹는 시간이 길어지면 식사 후 커피 한잔하자는 친구에게 늘 미안한 표정으로 이제 들어가 봐야 된다고 말하며 쫓기듯 사무실에 복귀한다.

회사마다 분위기가 다르긴 하겠지만 남들 다 지키는 식사시간을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는 것(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이 여간 눈치 보이는 것이 아니다. 이럴 때면 여느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점심시간 1시간이 참 빠듯하게 느껴진다. 

얼마전 한 기사를 보니 점심시간이 짧다고 느끼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기사에 따르면 현대차 양재사옥에서는 점심마다 진풍경이 벌어진다고 한다. 이곳에선 11시 50분만 되면 60명가량의 직원들이 빌딩 출입구 사이에 모여들다 12시 정각이 되면 경주마처럼 일제히 밖으로 뛰쳐나간다. 업계에 따르면 내부 기강 확립 차원에서 규정시간인 12시부터 1시까지의 점심시간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생긴 웃지 못할 상황이라 한다. 

 

<출처 : 연합뉴스>

현대차 사옥의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12시 정각을 기다리고 있다

 

위 사례는 지난 2016년의 기사를 참고한 거라 지금까지 이런 상황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의 '업무 문화'가 아직까지도 꽤나 경직돼 있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일화인 듯싶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최근에는 외부로 나가지 않고 사무실 안에서 점심 식사를 간단히 때우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점심에 짧은 휴식시간을 조금이라도 누리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내근직의 경우는 출근해서 하루 종일 사무실 안에만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이 회사의 입장에서 꼭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캘리포니아의 데이비스 경영 대학에서 직장의 심리학을 연구하는킴벌리 엘스바흐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루 종일 같은 실내에 머무는 것은 창의적인 생각을 저해합니다. 특히 아이디어를 거르고 끄집어내어 ‘유레카’의 순간에 이르는 데 꼭 필요한 심사숙고의 과정 역시 방해합니다.”

그는 일터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 몇 분에 불과할지라도 작업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창의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거리를 지나다니는 무작위) 미국인 100명에게 '녹색'이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자유롭게 떠오르는 것을 말하라고 하면 40명은 '풀밭'을 떠올리고, 40명은 빨간색이나 노란색, 파란색 등의 다른 '색'을 제시하거나 그냥 '색'이라는 단어 자체를 말한다고 한다.
※ 나머지 20% 정도만이 '청바지, 호수' 등과 같은 평범하지 않은 단어들을 말한다.

이런 결과는 인간이 매우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자유연상을 하는 증거라 볼 수 있는데, 과거 버클리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찰란 네메스는 위의 데이터에 기반하여 집단 환경에서의 잡음, 반대, 창조성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연구를 한적이 있다. 네메스는 실험 참가자에게 '녹색 Green'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중간에 몰래 배우를 투입시켰다. 중간에 투입된 배우가 엉뚱한 답(파란색 Blue, 붉은색 Red 등)을 했더니피험자들은 위 실험과 다르게 '재즈' 나 '청바지' 등 창의적인 대답이 훨씬 많이 나온 것이다. 이러한 '잡음'은 실험자들의 연상과정에서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고, 이후 학술 세미나, 중역 회의실 등 10가지 이상의 다른 환경에서 동일한 결과를 입증했다. 즉 창의력은 일정량의 잡음을 포함하는 환경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출처 : 구글 >

스위스 취리히 소재의 구글 오피스에는 곳곳에 낮잠을 잘 수 있는 캡슐이 설치 되어 있다.

 

이러한 논리가 맞다면,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모니터만 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특히 혁신이 중요한 지식기반 경제에서 회사들의 전반적인 수익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킴벌리 엘스바흐 교수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점심 시간’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반드시 나가서 점심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문 밖으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꼭 열두 시에서 한 시 사이가 아니어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서 한 블록 정도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재충전이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주기적으로 두뇌를 쉬지 않으면 중복되는 아이디어만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서는 업무 중간에 의식적으로라도  '잡음'을 섞기 위해 직원들과 티타임을 갖거나, 사무실 근처에 공원을 산책하는 등의 휴식(여건이 안된다면 책상 정리라도)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조직문화가 많이 변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대차의 사례처럼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휴식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당신의 조직이 오랜 기간 동안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면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조직의 점심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또는 직원들이 업무시간동안 한 자리만 지키고 앉아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말이다.


<참고 자료>
창의력 높이려면 일이 술술 풀려도 휴식하라, Harvard Business Review, Malia Mason, Modupe Akinola, Jackson G. Lu, 신지원 역, 2017. 6월호, http://www.hbrkorea.com/magazine/article/view/6_1/article_no/980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스티브 존슨, 서영조 역, 한국경제신문사, 2012
"1분도 아까워" 낮 12시 정각 현대차 사옥 풍경, 위키트리, 연합뉴스 산업팀, 2016.06.01,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61922
We're Not Taking Enough Lunch Breaks. Why That's Bad For Business, Tom Grill, NPR 2015.03.05. https://www.npr.org/sections/thesalt/2015/03/05/390726886/were-not-taking-enough-lunch-breaks-why-thats-bad-for-busines

  • 많이 부럽네요~ 점심시간이 길면 길수록 당연히 직장인들에게는 좋겠지요 .하지만 저는 당연히 회사 오너들 입장에서는 좋지 않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거군요?

    • 무조건 점심시간을 늘리는 것이 직원들의 창의성을 향상시킨다고 확신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근로시간의 대부분을 사무실에서 보내는 것이 직원들의 사고를 경직시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네요. 때문에 초 산업화 기업들의 점심시간이나 업무 중 휴식시간 등의 활용을 보면 단순히 직원 복지 차원이 아닌 것 같아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