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를 성공으로 이끈 '약자(Underdog) 전략'

M.동방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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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3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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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지 않는 역경은 나를 키운다.
- 프리드리히 빌헴름 니체

 

 

창업 후 갖은 풍파를 견디며 기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기업가들은 대부분 사업을 해 나가는데 어려움은 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외부 자극에 쉽게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진짜 실력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아니, 곡절 없는 비즈니스가 무슨 재미가 있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이들에게 '위기'는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인 것이다.  

20세기가 끝날 무렵 미국의 <타임>은 '20세기 가장 중요한 인물 100인'을 선정해 발표한 적이 있다. 1900 ~ 1999년의 100년 사이에 인류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정치 지도자, 혁명가, 과학자, 예술가, 스포츠 스타 100명을 고른 것이다. 명단에 오른 100인의 공통점, 이들의 특징적인 키워드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위인들이 약점을 타고나고 불리한 환경에 처해 있던 비주류 약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명단을 보면 오히려 풍족한 환경과 순조로운 성장 배경을 지닌 인물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우리가 흔히 명문가 엘리트라고 알고 있는 윈스턴 처칠조차 여러 가지 약점이 많은 인물이었다. 그는 강인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약해 늘 잦은 병치레를 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어린 시절 말더듬증도 갖고 있었는데, 명연설가라는 이미지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심지어 보어전쟁에 참전했을 당시에는 포로로 잡혀서 수용소 생활을 하던 중 겨우 탈출하는 시련을 겪은 적도 있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스스로 약자임을 내세웠던 인물 중 하나다. 21세기 혁신을 대표하는 인물에게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미디어에 비친 그의 모습은 항상 화려했고, 트렌디 했으며, 성공한 인물로 그려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잡스야말로 전형적인 약자의 삶을 살았던 인물이었다. 약자로 태어나 약자의 철학으로 무장했고 약자의 전략으로 자기 분야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미지 출처 : apple 홈페이지>

 

잡스는 의도적으로 애플을 약자로 포지셔닝했다. 그는 조직원들에게 기존 질서에 맞서 싸우는 반항아가 돼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문했다. 'Think different'라는 광고 카피는 이러한 그의 사상을 가장 반영하고 있다. 잡스는 실제 삶속에서도 아웃사이더로 세상을 대했다. 고교시절 LSD(마약의 한 종류로 환각 작용을 일으킨다)에 빠진 적도 있었고, 대학도 중퇴를 했다. 또 그는 친구들의 기숙사를 전전하며 (일반적으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힘든 캘리그래피 강의를 열성적으로 청강했다., 동양의 선(禪) 불교에도 심취했었던 그는 우리가 소위 '스펙'이라고 부르는 사회적 경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잡스의 비주류 스타일은 애플을 차리고 성공한 후에도 계속된다. 그는 1980년대 초 매킨토시 PC를 처음 만들었을 때, 그는 철저한 비주류 약자 마케팅으로 업계 1위인 IBM에 싸움을 걸었다. 잡스는 애플을 거대한 악의 제국과 맞서는 저항군 세력으로 포지셔닝 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빗대 IBM은 모든 것을 통제하는 빅 브라더로, 애플은 IBM의 시장 독재에서 소비자를 구해줄 전사로 묘사한다.

당시 IBM은 IT업계를 지배하는 거대 기업이었고, 애플은 막 태어난 신생 기업이었다. 자본이나 규모면에서 애플이 IBM과 같은 방식으로는 절대 승리할 수 없었다. 잡스는 기업이나 소수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 개인이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작고 쓰기 쉬운 PC를 목표로 삼았다. 그는 IBM과 일부 엘리트 사용자가 독점하고 있는 컴퓨터의 세상을, 어느 누구나 손쉽게 누릴 수 있게 해방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잡스는 평소 그의 직원들에게 "해군이 되기보다 해적이 되라"라고 말했다. 이런 잡스의 말을 듣고 매킨토시 개발팀이 해골과 애플 로고를 합친 해적 깃발을 만들어 사무실에 내다 걸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미지 출처 : clipset.20minutos>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12년 만에 북귀한 직후에도(1997) "미친 자들에게 축배를(Here's to the crazy ones)"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60초짜리 광고는 잡스의 '약자 전략'이 그대로 드러난다.
"미친 자들에게 축배를. 부적응자들, 반항아들, 사고뭉치들, 네모난 구멍에 박힌 둥근 말뚝과도 같은 사람들, 세상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중략) 그들은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을 보고 미쳤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천재로 봅니다.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만큼 미친 자들…
바로 그들이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인 데이비스 모레이와 스콧 밀러는 20여 년간 경영자문을 해주면서 성공하는 기업과 실패하는 기업을 분석한 결과 어떤 규칙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스스로를 언더독으로 포지셔닝하고 끊임없이 언더독 스피릿을 강조하는 기업이 성공을 거두는 경향이 있으며, 반면 정상에 오른 기업이 기득권에 안주해 오만해질 때 쇠락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경영 사상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다윗과 골리앗』에서 '바람직한 역경'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글래드웰'은 다윗으로 상징되는 약자들이 골리앗으로 상징되는 강자를 이기는 일들이 예외적으로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라며 '약자의 역설'을 의미한다. 그는 '마빈 아이젠슈타트'의 연구 등을 예로 들면서 '바람직한 역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잣집 아이들은 재능이 있는 인재로 커 갈 가능성이 높긴 하다. 그러나 진짜 천재는 나쁜 환경에서 자라는 이상한 경향이 있다."
※ 심리학자 '마빈 아이젠슈타트'의 연구
미국과 영국의 대표적인 명사 57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성공과 성장 배경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10년간 추적 실험 실험 결과는 명사의 4분이 1은 10대가 되기 전에, 45% 이상이 20살 전에 부모 중 한 명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골리앗과 다윗이 검투를 벌인다면 당연히 힘과 체격이 월등히 좋은 골리앗에 다윗이 상대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다윗은 자신에게 불리한 백병전을 포기하고 투석전으로 전투 방법을 바꿔 작고 민첩한 자신에게 더 유리하게 판을 바꿔 승리를 거두었다.

 

<이미지 출처 : wikimedia>

 

자신의 상황을 냉정히 받아들이고, 남과는 다른 프레임으로 상황을 해석하는 통찰력, 이것이 약자였던 다윗이 승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말콤 글래드웰'의 표현처럼 어떤 시야로 상황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언제든지 약자와 강자의 포지션은 뒤바뀔 수 있다. 그렇다면 진짜 약자는 누구일까? 박정훈 작가는 저서인 『약자들의 전쟁법』에서 진짜 약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린다.

"약점이란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절대적인 한계가 아니다. 전략과 의지가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 약점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약자가 아니라 약점에 맞서는 전략과 의지가 없는 사람이 약자다."

아마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약자'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부분이 전부 뛰어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선 필연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다. 결국 약자란 박정훈 작가의 말처럼 자신의 한계를 가둬두려는 생각일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당신은 정말 약자인가? 



[관련 글]
'약자 전략'과 이주일, 그리고 무한도전의 종영


<참고 문헌>
다윗과 골리앗, 말콤 글레드웰, 선대인 역, 21세기북스, 2014
약자들의 전쟁법, 박정훈, 어크로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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