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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노트/관리학

사장이 착하면 사업이 망한다

 정치학은 윤리학의 시녀일 수 없다.
 - 마키아벨리

 

요즘은 '서번트 리더십'이 대세라고 한다. 서번트 리더십이란 부하를 섬기는 자세로 조직원들의 성장을 도와 상하 간 '신뢰'를 형성하여 공동의 목표를 이뤄내는 리더십을 말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직원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다'라는 경영 마인드로 직원 복지에 힘쓰는 오너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간혹 어떤 리더는 이를 잘못 이해하는 것 같다. 직원들에게 싫은 소리 한번 제대로 못하거나 심한 경우 직원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리더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게 '착하기만 한 경영자'는 조직을 망치는 리더다.

통치학의 고전인 마키아벨리『군주론』과 『한비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통치자가 최고의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면 도덕이 항상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을 깨달을 것이다. 
(중략)
군주가 국가를 지키려 한다면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진실과 자비, 인간애와 종교에 반하여 행동할 필요가 있다.'
- 『군주론』 15장


'너무 자비롭기 때문에 무질서를 방치해서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약탈당하게 하는 군주보다 소수의 몇몇을 시범적으로 처벌함으로써 기강을 바로잡는 군주가 실제로는 훨씬 자비로운 셈이다.'
- 『군주론』 17장

"세상의 군주들은 인(仁)과 의(義)의 명분을 아름답게 여기고 그 실상을 살피지도 않기 때문에  크게는 나라가 망하고 (군주) 자신도 죽게 되며, 작게는 영토가 깎이고 군주의 지위가 낮아지게 된다. 어떻게 이것을 증명하겠는가?

(중략)
나라에 공이 없는데도 상을 받는 자가 있다면 백성들은 밖으로는 적과 맞붙어도 적의 목을 베는 데에 힘쓰지 않을 것이며, 안으로는 애써 밭을 갈고 부지런히 일하는 것을 다급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모두 뇌물을 바쳐 부귀한 자들을 섬기거나 사사로운 선을 행하고 명예를 세워 높은 벼슬과 후한 봉록을 취하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간사하고 사사로운 신하들은 더욱 많아지고 난폭한 도당들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니 나라가 망하지 않고 무엇을 기다리겠는가?"
- 『한비자韓非子』 제14편 간겁시신((姦劫弑臣)

마키아벨리와 한비자는 군주가 정치를 할 때 '도덕적 가치'에 통치이념 전부를 기대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두 사상가가 공유하고 있는 정치철학은 생존이 우선인 냉혹한 사회에서 '리더'라는 위치에 선 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감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에는 통치술과 관련하여 '관맹상제寬猛相濟'라는 유명한 고사가 있다. 관리자가 백성을 다스릴 때는 '너그러움'과 '엄격함'이 서로 조화를 이루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고사가 등장한 『좌전左傳』을 자세히 보면 조금 더 심오한 뜻이 숨어 있다. 『좌전左傳』 소공昭公 20년 조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나온다.

정나라 자산子産(춘추시대 정나라 정치인으로 '공손교公孫僑' 자字는 '자산子産'이며, 흔히 정자산으로 많이 알려진 인물) 이 병이 났다. 자산은 자대숙子大叔에게 당부했다. 
"내가 죽으면 그대가 정치를 맡게 될 것이 틀림없다. 덕 있는 자만이 너그러움으로 백성을 따르게 할 수 있다. 그다음은 엄격함으로 대하는 것이 상책이다. 대처 불이 뜨거우면 백성이 이를 보고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불 때문에 죽는 자는 드물다. 물이란 약해 보이므로 사람들이 업신여겨 물장난을 하다가 죽는 자가 많다. 너그럽게 다스리는 것이란 어려운 일이다."

 

자산이 죽은 다음 집권한 자대숙은 '엄격함'을 버리고 '너그러움'으로 정치를 했는데, 사회가 이내 혼란에 빠지고 도적이 벌떼같이 일어났다. 그는 그제야 엄격하게 다스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여기서 정자산이 자대숙에게 정치를 할 때 '관맹상제寬猛相濟'로서 다스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일화에서 보이는 정자산의 말을 자세히 짚어 보면 정자산은 너그러움을 물로 엄격함을 불에 비유하며 덕치의 어려움을 역설한다. 즉, 통치란 너그러움 속에 엄격함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너그러움의 정치는 덕이 없으면 엄격함으로 다스리는 것만 못하니 능력이 안되면 엄정한 법으로라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러한 통치 철학을 잘 알고 있던 인물 중 하나였다. 난중일기의 기록을 보면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지휘한 조선 수군은 왜군에게 전사한 병사보다 군령 위반 등으로 이순신의 명에 의해 죽은 병사가 더 많았다고 한다. 군법을 위반하여 기강이나 사기를 떨어뜨리는 자들을 이순신 장군은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이것은 이순신 장군이 나쁜 리더여서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목표를 위해 법의 엄정함을 실행한 결과였다. 

 

<이미지 출처 : KBS1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이와 관련하여 손자병법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厚而不能使, 愛而不能令, 亂而不能治, 譬如驕子, 不可用也.'
장수가 졸병을 지나치게 후하게 대하여 부릴 수 없게 되고, 사랑이 한도를 지나쳐 명령이 통하지 않으며, 기강이 문란해져 다스리지 못한다면 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방자한 지식에 비유하여 사용할 수 없다.
- 『손자병법孫子兵法』 지형(地形)

 

이순신 장군이 탁월한 지휘력으로 무패의 신화를 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처럼 엄격한 통치술을 사용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스노우 폭스' 창업주 김승호 회장은 저서인 『생각의 비밀』 착한 사장 콤플렉스에 걸린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사장은 결정하고 지시하고 확인하는 업무를 일상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러니 항상 착하기만 한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착한 것은 세상이 다 착할 때만 좋은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한 번도 다 같이 착해본 적이 없으니 두려움 없이 착함을 조금 버리기 바란다. 그래야 내 가족을 포함한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라도 착함을 유지할 여력이 생겨나는 것이다."


<참고 문헌>
모략, 차이위치우 외, 김영수 역, 들녁, 2003
생각의 비밀, 김승호, 황금사자,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