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경영이란 무엇인가? (하)

M.동방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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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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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경영자의 신화라는 신화

 

 

(지난 글에 이어)

당신이 매스코의 경영자였다면 투자와 보류 사이에 어떤 선택을 했는가? 아마 혁신을 꿈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사업에 뛰어든다고 말했을 것이다. 소심하고 소극적인 경영자는 누구에게도 존경받지 못할 테니까. 그러나 신사업을 결정했다면 당신 또한 머누지언처럼 수억 원의 손실을 입지 않았을 것이라 자신할 수 있는가?

 

신시아 몽고메리리는 이런 믿음을 '슈퍼 - 경영자의 신화'라 부르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영자에게 물론 자신감은 중요하다. 그러나 전략과 리더십에는, 훌륭한 경영진에 의한 대담한 비전이 모든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신념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그런 것이 없다면 '대범함'은 너무나 자주 '무모함'이 되고 만다."



매스코 실패의 원인


 

1. 슈퍼 - 경영자의 신화

 

콘솔리데이트드 푸드Consolidated Foods

챔피언 인터내셔널Champion Internatioal

미드Mead

제너럴 하우스웨어스Ceneral Housewares

루드로Ludlow

인터마크Intermark

조지아 퍼시픽Georgia Pacific

배아트리체 푸드Beatrice Foods

스코트 페이퍼Scott Paper

벌링턴 인더스트리Burlington Industries

 

당신은 혹시 위의 기업들의 공통점을 아는가? 이들 모두는 매스코처럼 가구제조업에 진출했던 기업들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잘 돌아가는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었지만 이들 또한 매스코처럼 무참이 실패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전체 그림을 파악하려면 기업 내부뿐 아니라 외부 사안도 살펴봐야 한다. 우리는 흔히 어떤 선택을 할 때 외부적 환경을 상대적으로 낮춰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당신 또한 내부적 요인을 기준으로 답을 찾으려 했을지 모른다. 경영자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과연 그럴까?


 

2. 치명적인 경제 요인

 

<출처 : 블룸버그 - 상대적인 산업 수익성 : 2017년 자기자본이익률>

 

차트에 나온 그림을 보면 20개 산업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산업별로 수익성의 차이가 매우 크다. 평균 자기 자본 이익이 50퍼센트인 담배산업과 - 20퍼센트인 미디어, - 10퍼센트인 에너지산업을 비교해보자. 연평균 50퍼센트라는 것은 이 업게 선두 기업들은 훨씬 더 높은 이익률을 올린다는 의미다.

(수익성이 가장 높은 산업의 연간 평균 수익은 중앙에 있는 산업의 연간 평균 수익의 2배가 훨씬 넘고, 분포도의 맨 아래에 있는 산업의 5 ~ 7배 이상에 이른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 걸까. 마이클 포터의 이론에 따르면 각 산업의 경쟁구도를 다르게 형성하는 경제적 요인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신시아 몽고메리는 이러한 차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이클 포터가 입증했듯이 이런 요인 중에는 산업 자체 내에 존재하는 경쟁관계의 특성과 관련 있는 요인이 있는 반면, 업계와 부품 공급업체 및 고객, 대체 상품과 잠재적인 신규 진출 기업 간의 세력균형과 관계있는 요인도 있다. 그 요인들이 강력해서 산업의 수익성 수준을 끌어내리는 때도 있고, 상대적으로 강력하지 않아서 훨씬 큰 수익이 날 때도 있다."

※ 이런 요인들이 더해져 개별 기업의 수익성과 그 기업이 활동하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산업 효과(Industry effect)라고 부른다.


 

마이클 포터는 이렇듯 기업의 수익과 전략에 영향을 주는 산업 구조와 요인들에 대해 저서인 『경쟁전략』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쟁요인들이 모여서 총체적으로 나타나는 산업의 기본 구조는 일시적인 형태로 경쟁상황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단기적인 요인들과는 구별해서 봐야 한다.(예를 들어 경기순환 과정에서 나타는 단기적인 경기변동은, 수많은 산업에서 활동하는 거의 모든 기업의 단기적인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산업구조 분석이나 구조적 분석의 초점은 어디까지나 산업의 근본적인 특성을 규명하는 데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기업들은 자사가 속한 산업구조에 대응해나가는 과정에서 저마다 강점과 약점을 지니게 된다. 산업구조는 늘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산업구조의 파악은 전략분석의 시발점으로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즉 전략가라면 자신이 통제 불가능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로 그것들이 경쟁이 이뤄지는 경기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 산업별로 각 요인에 따른 경쟁요인이 다르다. 가구산업의 경우 '진입과 퇴장의 장벽'은 높지만 기업들간의 경쟁, 부품 공급업체, 고객 세력이 강하다. 또한 가구는 비슷한 가격과 모양이 주로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대체재의 이용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이것은 기존에 존재하던 시장을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수익을 내기 힘든 요인들로 볼 수 있다. 또한 매스코의 경우 진입과 퇴장의 장벽이 높아서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불한 다음에야 시장을 완전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3.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

 

당신이 경영자라면 '라인홀트 니부어의 평온의 기도'에 나오는 내용처럼 자신이 통제 가능한 범위와 불가능한 범위를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 실제로 크게 성공하거나 존경받는 기업가들 중에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경쟁요인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 라인홀트 니부어와 평온의 기도

칼 폴 라인홀드 니부어(Karl Paul Reinhold Nievuhr)는 개신교 신앙을 현실적인 정치와 외교에 접목시킨 기독교 현실주의자로 니부어의 평온의 기도는 늘 '선택'을 해야 하는 경영자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염원하는 내용으로 유명하다.

 

마이클 포터는 전략에 대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선택하는 일이다.'라고 표현했다. 워런 버핏 또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세(勢)'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영민하기로 명성 높은 경영진이 나쁜 경제상황으로 명성 높은 사업과 씨름할 때 그 사업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명성은 그저 손해를 면하는 것뿐이다."

 

이런 충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경영자들은 애플, 스타벅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이케아 등의 사례를 들며 '슈퍼 - 경영자 신화'를 맹신한다. 그들은 자신 또한 이들과 같이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무모한 도전을 반복한다.


 

그러나 언급한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업계의 경쟁요인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교정하기 위한 정확한 조치였다. 몽고메리 교수는 실제로 이런 일을 해내는 기업의 성공 뒤에는 언제나 두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산업(또는 산업 일부)의 변화와 그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업이 바로 그것이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 따로 다룰 예정) 매스코는 언급한 기업들처럼 변화를 만들어낼 계획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장점과 열정이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슈퍼 - 경영자 신화는 매스코 경영진에게도 올바른 판단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매스코는 자신들이 수도꼭지 업계에서 큰 성공을 안겨준 전략이 가구산업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길 희망했다. 매스코는 기존의 규모의 경제를 이뤘던 방식, 즉 다양한 상품을 한 공장에서 만들어 동일한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고, 동일한 배관공에 의해 설치하는 등의 방식은 수도꼭지 산업에서는 성공했다.

 

 

하지만 가구산업의 유통, 제조, 소매, 고객은 수도꼭지의 그것과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훨씬 더 어렵다. 할인점 가구는 대량 생산되고 대량 판매되는 반면, 고가의 가구는 대체로 사람의 손으로 만들고 전문 소매점을 통해 유통된다. 가격과 품질이 양극단에 속하는 제품을 모두 구해하는 고객은 거의 없으며, 한 소매점에서 그런 제품들을 한꺼번에 찾을 수도 없다.

※ 매스코의 수도꼭지 시장 점유율은 30퍼센트를 기록했지만, 가구산업에서 지배기업이 된 이후에도 7퍼센트 이상의 시장점유율 확보를 하기 힘들었다.

 

당신은 매스코의 사례를 보면서 더욱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하는가? 사실 매스코의 경우는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경우였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히 벌어지곤 한다. 나는 흔히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눈앞에 시장만을 분석하고 고객의 반응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사업의 성공을 자신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러나 진짜 전략가라면 미시적 흐름뿐 아니라 산업의 구조나 대체재와 보완재, 규모의 경제와 같은 경쟁요인, 즉 거시적 관점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업이(혹은 신사업이) 매스코의 사례처럼 실패로 끝나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몽고메리 교수는 경영자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전략을 만들기 위해 알아야 할 것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든다.

 

첫째, 먼저 자신이 속한 산업의 경쟁요인을 파악해야 한다. 그 경쟁요인에 대응하는 방법이 바로 당신의 전략이다. 이는 그 요인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당신의 전략은 운과 희망에 근거함을 의미한다.

두 번째, 업계의 경쟁요인을 파악했다면 그것들을 처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은 능숙한 포지션 확보나 부정적인 경쟁요인에 반격을 가하거나 유리한 요인을 이용하는 신중한 노력, 때로는 시기적절한 퇴장을 의미할 수도 있다. 자신의 뛰어난 경영 능력이 본인에게 성공을 가져다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 빠지지는 마라.

세 번째, 당신이 무엇을 하든 이런 경쟁요인의 힘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그 요인들이 당신 기업의 운명에 미치는 영향력은 리더인 당신의 영향력만큼이나 클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당신이 전략가로써 쓰게 될 이야기는 철저하게 당신이 속한 산업을 배경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참고 문헌>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신시아 A.몽고메리, 이현주 역, 리더스북, 2014

경쟁전략, 마이클 포터, 조동성 역, 21세기북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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