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정말 '기본기'만으로 세계 일류 선수가 되었을까?
세계 초일류 선수들의 비밀
최근 손흥민을 세계적인 축구 선수로 키워낸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의 코칭 방법을 찬양하는 기사를 봤다. '어릴적부터 오랜기간 기본기 연습을 무식할 정도로 꾸준히 시켰더니 EPL 득점왕을 했다.' 그러니까 유행하는 기술이나 겉멋든 플레이보다는 기본에 충실하고 묵묵히 노력하는 것이 답이라는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뭐든 기초가 없으면 괄목할만한 성장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기자가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손웅정의 코칭 철학이 그렇게 대단하면 그가 가르친 유망주들 가운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사람은 대체 왜 손흥민 하나 뿐인가?
사실 손흥민이 '월드 클래스'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손웅정의 코칭 방법보다는 아버지인 손웅정 그 자체일 가능성이 크다. 흔히 젊을 때부터 천재라 불리며 그 중에서도 큰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은 대게 그들을 어린시절부터 옆에서 지도한 헌신적인 아버지가 있었다.
현재까지도 골프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는 메이저 대회를 포함해 총 108승을 기록한 스포츠 영웅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로 불려왔지만 사실 그에게도 골프에 미쳐있는 아버지가 있었다.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인 얼 우즈는(그 또한 실력 있는 골프 선수이자 교육자였다.) 타이거 우즈가 7개월밖에 안됐을 때부터 골프채를 잡게 했다. 4살 때까지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우던 타이거 우즈는 이후 17년 동안 전문 코치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세계적인 선수가 된다.
비슷한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신인으로 매이저 대회에 참여해 우승을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충격을 안켜줬던 골프선수 박세리 또한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새벽까지 혼나가며 매일같이 퍼팅 연습을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과거 프로야구에서 불세출의 투수로 불렸던 선동렬과 선동렬 이후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을 기록한 류현진 모두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코칭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류현진의 아버지는 오른손 잡이었던 아들에게 억지로 왼손 글러브를 끼우고 좌투수 연습을 시킨 걸로 유명한데 이는 손웅정이 어린 시절부터 손흥민에게 (주발이 아닌)왼발만 사용하게 한 것과 비슷하다.
피겨 여왕이라 불리는 김연아는 어머니가 직접 기술 코칭을 하진 않았지만 어린 시절 김연아가 훈련할 때 매일같이 찾아와 연습을 감독하고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기본기 연습을 몇 백 번씩 반복해서 시켰다고 한다. 김연아는 후에 자신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코칭 덕분이라 말했다.
이건 사실 스포츠의 영역 뿐만이 아니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곡가로 불리며 음악의 신동(神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모차르트 또한 유명한 작곡가이자 연주자였고 무엇보다 뛰어난 음악 교육자였던 아버지가 있었다. 모차르트는 그런 아버지에게서 3살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는데 그가 21살 때 피아노 협주곡 9번을 작곡할 때까지도 아버지의 엄격한 코칭을 받아왔다.
이런 사례들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1. (해당 분야를 잘 알거나 전문가였던)아버지가 어린 시절부터 훈련을 도왔다는 점. 2. 그들이 직접 자신들의 아이를 어릴 때부터 꾸준하게 반복 연습을 시켰다는 점이다.
※ 예외적으로는 꼭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위대한 선수들 곁에는 어린 시절부터 늘 아버지의 역할을 한 훌륭한 코치가 있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성취가 단지 개인적인 노력과 재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대한 재능이 꽃을 피우는 비밀은 누군가의 특별한 훈련 노하우 보다는 '성인이 되기 전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훈련을 지속적으로 피드백 해줄 수 있는 가장 헌신적인 전문가'가 곁에 있는지의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