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치킨 가격 논란과 원가 계산법
상품 가격이 원재료 값보다 적어도 3배는 비싸야 하는 이유
최근 한 마리에 6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이슈를 만들었던 대형마트의 '반값 치킨' 논란은 사실 새로운 화두가 아니다. 과거에도 음식 가격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있어왔다. 예를 들면 '커피 원두의 원가가 400원인데 커피 한 잔 값이 4,000천원 이상인게 말이 되느냐'는 식이다.
사실 이같은 논쟁은 사람들이 '원가'와 '재료비'의 개념을 혼동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회계에서 말하는 원가는 원재료 뿐만 아니라 인건비, 임대료, 감가삼각 등을 모두 고려해서 산출해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자영업에서(업종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상품 가격의 마지노선을 '원재료 값의 3배' 정도로 책정한다. 가격이 그 이하로 떨어지면 이윤을 남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영컨설팅 회사 채리티의 CEO인 다카이 요코는 "일반 음식점에서 식재료비의 비율이 30%를 넘어서면 대부분 손해가 난다"고 말했다.
(관련 글 : 가격인하 정책을 함부로 하면 안되는 이유)
이런 공식대로라면 생닭의 유통 단가가 4,000원 일 때, 자영업자 기준으로 합리적인 가격은 최소 12,000원 정도인 것을 알 수 있다. 대형마트가 제아무리 규모의 경제로 원재료비를 낮췄다고 하더라도 본래 시장가에서 절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마진을 남긴다는 것은 사실상 어불성설이다.
(그렇게 돈이 되는 상품이면 뭐하러 하루 물량을 정해놓고 순번표까지 주며 고객을 기다리게 만들까. 매대를 늘리고 공급망을 확보해 더 많이 팔면 훨씬 이윤이 늘어날 텐데 말이다.)
보통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담배의 경우 담배가격의 대부분은 세금으로 빠져나간다. 업주 입장에서는 세금을 내고나면 이윤이 거의 없어 사실상 쓸모없는 제품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사장이 매장에 담배를 쟁여놓는 이유는 담배를 사러 들어온 고객이 다른 물건들도 같이 사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도 비슷한 메커니즘을 활용한다. 저가 치킨을 하루에 정해진 물량 만큼만 판매하고 배달도 하지 않는다. 싼 비용으로 소비자를 유혹해 매장에 오게 만들고, 줄을 세워 방문자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 치킨 판매의 목적이다.
치킨 마진이 조금 덜 남아도 다른 상품의 판매가 늘어나 이윤이 늘어나니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 덤으로 착한 기업 이미지 까지 얻어갔으니 1석 2조의 효과를 얻어내는 것이다. 사실 이런식의 상술은 꽤나 교묘하게 이루어져서 소비자들이 쉽게 눈치채기 힘들다.
※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저가 치킨이 대박을 치고도 유명 치킨 프렌차이즈들의 매출이 딱히 줄지 않았다. 이건 각 기업들의 타깃 고객이 애초에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