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가 계속 낮아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자율과 패권의 상관관계
제국의 흥망은 해당 시대의 금융 사이클과 관련이 깊습니다. 제국의 성장기에는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무역은 발달하고 공간(영토=지배력)은 넓어집니다. 반대로 제국이 몰락할 때는 공간은 축소되고 금리 또한 낮아집니다.
이를 역사적으로 보면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1) 로마제국
3세기 초 ~ 4세기 말 : 12% -> 6세기 ~ 8세기 : 6 ~ 8%
(2) 스페인 제국
17세기 초(1619) 이탈리아 제네바 : 1.125%(이자율 혁명)
(3) 대영제국
영국 대불황(1873 ~ 1896) 런던 : 2.1%
(4) 미국
미국, 일본의 제로 금리
17세기 저금리 상황을 보며 프랑스의 역사학자였던 페르낭 브로델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이는 제네바에 은과 금이 쇄도한 시기로, 이 시대에는 은과 금으로 다른 투자 수단을 발견하는 것이 힘들었다. 이 정도로 자본이 싸게 제공된 것은 로마제국의 쇠퇴 이후 유럽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로 예사롭지 않은 혁명이다"
- <지중해 La Méditerranée et le monde méditerranéen à l'époque de Philippe II>
이후 유럽의 역사는 공간을 지배하기 위한 역사였습니다. 새로운 공간인 바닷길을 통해 유럽은 아프리카와 인도, 중국까지 공간을 넓히며 제국의 지도를 전 지구적으로 확장시켰습니다.
그럼 저금리 이후 새로운 공간을 찾지 못한 제국의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동서로 이슬람 세계 사이에 끼어 지중해에 갇혀버린 로마제국은 약 천년 간 '중세 암흑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닫힌 공간' 속에서 더 이상 팽창할 수 없었던 중세는 르네상스 이후 대항해시대(공간혁명)에 이르러서야 새 시대를 열 수 있었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한 영국도 새로운 공간을 찾지 못하자 런던의 이자율은 2%대로 떨어졌습니다. 결국 유럽은 대불황을 거치며 1,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나서야 금융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일본의 제로금리에 이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더 이상 새로운 공간을 찾지 못한 미제국의 쇠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던 건 공산국가인 중국이 새로운 공간을 자처하면서 부터입니다. 그러나 다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미국의 지배력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새로운 공간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세계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대영제국의 몰락을 보며 독소동맹 파기와 2차 세계대전을 예측했던 피터 드러커는 미국식 산업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과거에 세계는 핸리 포드가 최적의 해답을 찾아냈다고 믿었고 포드주의는 인도나 독일, 레닌의 러시아에서 동일한 영향력을 가진 구호였다. 하지만 미국의 리더십은 더 이상 당시처럼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
그 리더십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재앙을 가져오고, 세계는 미국 전통의 기본적인 신념과 제도 및 서양의 전통에 대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미국은 고유의 제도는 물론 스스로의 국방조차 책임지지 못하게 될 것이고 모든 군사력, 반공주의 외교, 마셜플랜도 결국 이를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
- <New Society>
※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을 잇는 경제벨트)은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라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이 새로운 '실물' 공간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면 메타(구 페이스북)와 같은 IT 기업은 '디지털'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스페이스 X는 '우주'의 공간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