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이론 허구성 논란에 대하여
낙수이론은 정말 허구일까?
낙수이론(落水理論, trickle down theory)은 엄밀히 말하면 경제 용어가 아니다. 낙수라는 단어는 미국의 좌파 정치인들에 의해 처음 등장했고, 이후 시사, 코미디 등에 인용되면서 대중들에게 유명해졌다.
낙수효과의 허구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소득의 불균형을 예로 든다. 부자감세를 해도 나라의 부가 하위계층으로 이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건 상당히 편협한 시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낙수효과를 제대로 알고 싶으면 계층간 소득의 비례 값이 아니라 산업의 발전 양태가 인간의 삶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봐야 한다.
여기 두 가지 스마트폰이 있다고 가정하자. 35만원 짜리 보급형 스마트폰과 새로 출시된 100만원 짜리 스마트폰이 있다. 둘 중 어느 스마트폰의 소비가 높을까?
저소득층의 소비가 증가한다면 보급폰을 갖지 못한 이들의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30만원대 보급폰의 총 수요증가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원인은 간단하다. 대부분 신제품을 원하기 때문이다.
30만원대 보급폰의 판매 증가는 연관 산업이나 기술혁신에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가 양적, 질적 측면에서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이유다.
그런데 100만원이나 하는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어떻게 될까? 중산층 이상의 고객들은 새로운 스마트폰을 대거 구매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당연히 더 비싸고 좋은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기술혁신에 매진한다. 그리고 그 효과는 연관 산업으로 파급된다.
이것이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느정도의 불평등이 필요한 이유다. 애초에 서유럽에서 자본주의가 발달할 수 있었던 것도 일반 대중을 위한 생필품이 아니라, 사치품이나 기호품 무역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런 경제 원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스마트폰과 관련된 산업의 발전을 유도한다. 또한 아이폰의 신제품 출시는 끊임없이 기술 혁신을 유발하는 동력이 된다. 그리고 이건 자본주의가 발달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따라서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회라면 '낙수효과의 허구는 무엇인가'가는 옳은 질문이 아니다. 건설적인 자본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낙수효과를 만들 수 있을까'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