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자씨는 왜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했을까?(황금률과 은률)
황금률과 은률로 보는 윤리학
철학계의 오래된 윤리 담론 중에는 '황금률(Golden Rule)'과 '은률(Siver Rule)'이 있다. 황금률은 다른 이에게 좋을 것으로 추정되는 행동을 하라고 말한다. 반면, 은률은 자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다른 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말한다.
성경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나온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건 어떤 행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침을 말하고 있으므로 황금률이다. 반면에 논어에 나오는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마라'와 같은 표현은 은률이다. 쉽게 말해 은률은 네거티브 방식의 황금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얼핏보면 별 차이 없어보이는 이 두 가지 윤리관은 사회가 어떤 방식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예를 들어 중세 유럽은 황금률에 따라 '신의 섭리에 따라 사악한 마녀를 처단해야 한다'는 논리로 수많은 여성을 화형대로 보냈다. 한국의 전두환 정권은 '삼청교육대' 설립의 이유로 '사회악 단절'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무고한 시민에 대한 정부의 폭력 및 인권유린으로 나타났다.
칼 포퍼는 이같은 사고방식을 '유토피아적 사회공학'이라 부르며 비판했다. 포퍼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자행한 홀로코스트, 중국의 홍위병들이 저지른 행동은 인류사에 나타난 대표적인 사회공학의 형태로 볼 수 있다.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나심 탈레브는 이같은 간섭주의자들이 흔하게 범하는 오류로 '자신이 개입하고 난 다음의 일을 알지 못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아무 책임을 지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탈레브와 포퍼는 책임질 수 없는 행동에 대한 폐단을 경고하며 은률의 방식을 권한다. 타인의 행동을 바꾸려는 교조적인 모습을 보이기 전에 내가 세상에 해가 되는 존재가 아닌지를 먼저 고민해 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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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통제하는 정치적 압제는 가혹하다. 하지만 개인에게 특정 종교나 신념 등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제는 더 가혹하다. 사회적 압제는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한다. 마침내 인간의 영혼까지 장악한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