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돈가스집 메뉴를 3개로 줄이라고 말한 이유
상품이 다양하면 이익이 오를까?
얼마전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적힌 각서가 화제가 됐다. 이 각서에는 “매장의 메뉴를 본인(백종원)의 강력한 설득으로, 억지로, 사장님 의견과 관계없이 3개로 줄입니다. 만약에 메뉴를 줄인 것으로 인하여 매출이 줄어든다면 모든 책임을 본인(백종원)이 질 것을 확약합니다! 2018년 11월 8일 백종원”이라고 적혀 있다. 사실 백종원이 이 돈가스 집 뿐만 아니라 다니는 가게들마다 대부분 메뉴 가짓수를 줄여야 한다고 늘 언급해 왔다. 그럼 백종원은 왜 이렇게 메뉴를 줄이라고 입이 닳도록 말하고 다니는 걸까?
한번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 보자. 간혹 당신이 점심식사를 하기 전 주변 동료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은 없었는가? "김대리, 오늘은 뭐 먹을까" 또는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확인하고는 "너는 뭐 먹을꺼야?"라고 묻고는 한다. 우리는 흔히 선택지가 많을 때 상대에게 결정권을 떠 넘기곤 한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한다. 컬럼비아 대학의 심리학자 시나 아이엔가와 마크 래퍼교수의 '잼 선택' 실험은 이런 인간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그들은 마트에서 잼 시식행사를 열어 소비자들에게 24가지 잼을 보여줄 때와 6가지 잼만을 보여 줄 때 구매 의사결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했다. 손님들은 6가지 보다 24가지 잼의 시식코너에 더 많이 관심을 보였다. 당연히 아이엔가 교수는 가짓수 증가가 고객을 만족시키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실험은 예상외의 결과를 보여줬다. 매장에 숨어 있던 조사자가 개개인의 구매 여부를 추적했더니 6가지 잼을 접한 손님은 30%가 잼을 구입했고, 24가지 잼을 접한 손님은 3%만이 잼을 구입했다. 실험의 결과를 통해 아이앤가 교수와 마크 래퍼 교수는 "더 많은 대안이 소음을 일으켜 오히려 집중력을 방해한다"라는 선택적 과부하를 주장했다.
이렇듯 다양한 제품이나 홍보 전략이 그들이 원하는 판매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는 위의 실험 결과로만 본다면 미지수이다. 실제로 미국의 P&G는 무려 26종이나 생산하던 헤드앤 숄더 비듬샴푸를 15가지만 판매하기로 결정하면서 매출을 10%나 상승시킨 사례가 있다. 또한 과거 인터스테이트(Interstate) 백화점은 백화점이 파산하자 회사는 장부를 꼼꼼히 조사하였고 이익이 나는 한가지 제품(장난감 사업)에만 전력을 집중하여 매출액 55억 달러에 3억 2,600만 달러 이익을 만들어냈다. 이곳이 토이저러스(Toys 'R' Us)라 불리는 미국 최대의 장난감 회사이다.
※ 아쉽게도 토이저러스는 현재는 아마존 등의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밀려 파산했다.(2018)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는 저서인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토이저러스처럼 가짓수를 줄여 경쟁력 있는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마케팅 기법을 '희생의 법칙(The Law of Sacrifice)'이라고 하며 "얻기 위해 포기해야 한다"라고 저술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은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세탁 세제의 종류는 50~100가지이며, 연말 성수기에 진열되는 와인은 무려 180~500종에 이른다고 한다.
다양성의 확보는 비용적으로도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킨다. 기업의 제품에 하나 이상의 옵션이 추가되면 회사가 관리할 품목의 수도 증가한다. 엔진 배기량 단위로 네 종의 자동차를 생산하다 도장 색깔을 열 가지로 늘리면 품목 수는 40개로 늘고, 여기에 시트 재질 세 가지, 카오디오 세 종류가 추가되면 품목 수는 360개로 급증한다.이렇게 가짓수가 많아지면 자재 수급, 재고관리, 물류, 생산라인 유지 보수 등 각 품목의 생산과 관련된 비용이 급증한다. 배송, 영업사원 교육, 애프터서비스 등과 같은 판매 관련 비용도 마찬가지다. 그럼 기업은 왜 이런 부담을 않고도 다양한 제품을 양산해 내는 것일까?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에 따르면 브랜드는 자신의 이미지를 확대하려는 거역할 수 없는 압력을 가진다고 한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은 이 같은 사례를 '희생의 법칙'의 반대의 개념인 '계열 확장의 법칙(The Law of Extension)'이라 말하며 "기업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라고 저술했다.
백종원이 식당을 돌아다니며 메뉴를 줄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이런 개념과도 일치한다. 흔히 사업을 진행할 때 아이디어와 아이템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경우 핵심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작은 조직일수록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낭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극장점에 집중하고 그외의 것들은 처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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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마케팅 전략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때 최소단위 집중은 '수'가 아니라 '단위'이다. 적은 '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단위'에 집중할 때 진정한 차별화가 생긴다."
- 마이클 포터(Michael Eugene Porter)
<참고 자료>
마케팅 불변의 법칙, 알 리스, 잭 트라우트, 박길부 번역, 십일월출판사, 2007.
제품 정보의 과부화와 소비자의 선택, HUFFPOST, KSThttps://www.huffingtonpost.kr/byungkwan-lee/story_b_6404946.html.
Iyengar, S. S., & Lepper, M. R. (2000). When choice is demotivating: can one desire too much of a good th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9 (6), 99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