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해외 현지화에 실패하는 이유
바람직한 현지화의 조건
노나라에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삼실로 신을 잘 만들고, 아내는 흰 비단을 잘 뽑았다.
그들이 월나라로 이사를 가려고 하자 어떤 사람이 말했다.
"그대는 반드시 궁핍하게 될 것이오."
그러자 노나라 사람이 말하였다.
"무엇 때문이오?"
"신은 발에 신는 것인데 월나라 사람은 맨발로 다니고, 흰 비단은 관(冠)을 만드는 것인데 월나라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풀어헤지며 살아가오. 당신의 뛰어난 기술이 쓰이지 않는 나라로 간다면, 궁핍하지 않으려고 하여도 그것이 가능한 일이겠소?"
『한비자 韓非子』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스타벅스도 초기 진입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초기 중국으로 진출했던 스타벅스는 미국식 분위기가 나는 데다 커피값도 중국의 일반 카페보다 비쌌다. 중국인들에게 카페는 담배도 피우고 조금은 번잡스럽게 친구들과 떠들 수 있는 곳인데 스타벅스는 그들에게 너무 낯설었던 것이다.
많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으로의 현지화를 시도하지만 중국 문화와 그들의 사고방식, 태도, 정신적인 구조, 특유의 꽌시 문화와 해당 지역의 특성을 알아야 연착륙이 가능하다. 처음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현지화를 위한 전략으로 표준화를 선택한다. 그러나 결과는 대부분 실패다. 현지에 맞는 표준화를 해야 하는데 자국에서 성공한 표준화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현지에 맞는 표준화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해외 현지화 전략의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12년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계속하며 회사 덩치를 줄여왔던 대우일렉트로닉스는 국내에서 한참 처지는 3위 업체다. 2010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154조 원, 55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대우일렉은 1조 2000억 원어치의 제품을 팔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해외시장만큼은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페루 시장에 내놓을 세탁기에 나스카 문양을 새겨 넣고 (페루 나스카 평원에 새겨진 가면 고래·원숭이·나무 같은 동식물 그림과 기하학적 무늬) 문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자주색 같은 화려한 컬러를 과감하게 도입했다. 페루법인에선 "흰색이 대세인데 너무 과하다"라며 우려했지만 대우일렉트로닉스는 과감히 밀어붙였다. 2011년 10월 페루에서 출시된 이 세탁기는 출시 한 달 만에 대우일렉트로닉스를 페루 시장에서 세탁기 부문 톱 3 업체로 올려놓았다.
멕시코에선 탈수 기능을 뺀 제품을 출시했는데 햇볕이 강한 멕시코에선 탈수를 하지 않아도 빨래가 잘 마르는 것을 감안하여 탈수 기능을 빼고 가격을 낮춘데 기인했다. 이 제품은 현재 멕시코 중저가 세탁기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송희태(46) 멕시코판매법인장은 "멕시코에선 중산층도 가사도우미를 쓰기 때문에 굳이 프리미엄 제품을 사지 않는다. 그래서 중저가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쥐가 많은 베트남에선 드럼세탁기 하단부에 쥐 침입방지용 패널을 달았고 북미지역에선 전자레인지에 피자를 구울 수 있는 오븐을 얹은 '피자 전자레인지’를 판매하고 있다. 중동엔 자물쇠를 단 냉장고를 수출하는데 물이 비싸 가사도우미들이 훔쳐 가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기禮記』곡례曲禮에는 "국경에 들어서면 해서는 안 될 사항을 묻고, 나라에 들어서면 풍속을 묻고, 남의 집 대문에 들어서면 무엇을 꺼리는지 물어라"라는 내용이 있다. 또한, 송나라 때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동파의 『밀주사상표(密州謝上表)』를 보면 '어느 곳에 가든 풍속을 물어라'라는 구절이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특정 제품이 어느 한 지역에서 고객을 얻고 단단히 잠겨 있던 시장의 문을 열려면, 그 지역의 풍속과 인심, 기호 따위를 잘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현지화 전략에 성공한 스타벅스 카페의 모습
코카콜라는 이를 잘 이해한 글로벌 기업 중 하나였다. 코카콜라가 인도네시아로 콜라 사업을 확장할 때의 일이다. 현지 진입 초기 코카콜라는 예상보다 판매가 부진했다. 현지인들은 이상한 향이 나는 낯선 콜라보다 도처에 널려있는 과일음료가 더 익숙했다. 또한 당시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탄산음료 특유의 톡 쏘는 느낌은 거부감마저 일으켰다. 인도네시아 판매부서는 전략을 수정했다. 과일을 좋아하는 인도네시아인의 특성을 고려해 과일향이 나는 환타를 먼저 판매하기 시작했고, 환타가 히트하자 그제서야 콜라를 다시 판매하였다. 탄산음료에 적응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이후 코카콜라를 사랑하는 민족이 되었다.
대우일렉트로닉스와 코카콜라의 해외 성공사례는 입경문속(入境問俗)의 지혜를 실천한 결과였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현지화는 무엇일까? 차의과학대 김주현 교수는 동아비지니스리뷰에서 올바른 현지화는 곧 조정된 현지화(coordinated, 또는 balanced Localization)라 말하며, 경영자를 위한 다음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다.
1. 모든 시장에서 양보 없이 유지하고 싶은 전략이나 프로그램을 선정하라.
예로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 ,제품의 성능, 포지셔닝, 맛, 서비스 방식, 기업문화(정체성)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모레퍼시픽에 'Asian Beatuty Creator'라는 소명은 포기할 수 없는 핵심가치다.
2. 첫째 사항에 대해서도 부분적인 변경 가능성을 열어 놓아라.
3. 현지화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 그 필요성 및 가능성을 검토해 실행하라.
일반적으로 현지화의 필요성은 산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문화적 민감성이 덜한 산업재보다는 소비재가 더 높으며, 그중에서도 식음료 산업과 생활형 소비재 산업의 현지화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세계 음료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코카콜라는 글로벌 표준화 전략의 아이콘처럼 인식돼 왔지만 20여 개의 각기 다른 광고를 국가별로 제공하면서 다양한 현지화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
4. 현지화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 추정(cost-benefit 분석) 하라.
특히 수익성이 중요한 목표라면 철저한 손익분석이 필요하다. 시장 입지 구축이나 외형적 성장이 목표라면 추가적 비용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경영관행, HRM(인적자원관리, 현지인 채용 포함), 조직문화 등의 측면에서는 현지화로 인한 고유의 기업문화와 정체성 상실 가능성은 없는지 검토하라.
<참고 문헌>
대박 난 '대우 세탁기', 디자인 어떻길래, 김창우 기자, jtbc 뉴스, 2012.07.06입력,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0132256
현지화, 멋진 말이지만 만능 아니다. 가능성·필요성 따져 조정된 현지화를…, 김주현, DBR, 2015입력, http://dbr.donga.com/article/view/1203/article_no/7053
KFC는 성공하고 스타벅스는 실패했다 중국 현지화? '표준'넘어선 무엇!, 이병우, DBR, 2015입력, http://dbr.donga.com/article/view/1203/article_no/6893
Q : 해외서 펄펄 나는 대우일렉… A : 현지화, 정성언 기자, jtbc, 2011.12.13입력,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Print.aspx?news_id=NB10016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