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혁명은 왜 러시아에서 일어났을까
M.동방불패
·2023. 11. 10. 15:34
마르크스가 미완의 혁명가로 남은 이유
마르크스는 인류의 발달 단계가 계급간 대립과 투쟁을 통해 더 큰 종합(무계급 사회의 도래)을 향해 나아간다고 믿었다. 따라서 결국 자본주의는 망하고 공산사회로 가는 것이 인류 역사의 필연적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는 당시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했던 영국이나 혹은 서유럽의 어딘가에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났을 때 마르크스는 프랑스 혁명이 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공산주의 혁명이 아닌 것에 실망했다.
마르크스의 예측과 달리 최초의 공산주의 혁명은 러시아에서 일어났다. (마르크스의 시선으로 보자면) 엉뚱하게도 당시 유럽에서도 가장 낙후된 농업국가였던 러시에서 혁명이 발발했던 것이다.
이건 <자본론>이 미완성된 이유와도 맥을 같이 한다. 당시 유럽 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던 프티 부르주아의 존재는 마르크스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왜냐하면 이 새로운 계층은 자신이 주장하던 계급적 역사관(귀족과 vs 노예)에 명확히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신흥세력, 즉 중산층에 대한 답을 끝내 내놓지 못했다.
※ 프티 부르주아 - 18~19세기 프랑스 사회의 중상류 계층, 주로 부르주아 아래에서 일하며, 마르크스는 이들을 회계원이나 소생산자들과 같은 전문가 집단을 지칭할 때 사용했다.
중간계급의 존재는 혁명의 불꽃이 서유럽을 비껴간 이유를 설명해 준다. 레닌이 혁명을 일으킬 당시 러시아는 전통적인 농업국가였다. 이 같은 농업 봉건제 사회에서 귀족과 농노를 제외한 다른 계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르크스의 이론은 중산층이 꽃을 피운 자본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특권층과 비특권층만이 존재했던 (그래서 봉건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러시아같은 농업국가에서나 유효했던 것이다. 러시아를 포함해 역사적으로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했던 국가가 전부 농업국가였던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 중간계급을 외면했던 덕분에 마르크스는 공산주의가 갖는 모순 또한 보지 못했다. 마르크스가 주장했던, 그러니까 자본주의가 최종적으로 발달하면 겪게 될 ‘하나의 생산 단위만 존재하는 독점 단계’로의 진입은 필연적으로 중간계층에 권력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깨닫지 못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소규모 주주들은 그들이 경영 지배권이 없기 때문에 그들을 독립적이라 간주하지 않는다면 (독립적인) 보스의 수는 줄어든다. 그러나 생산 단위가 커지면 커질수록 특권을 누리는 중간 관리자 직업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특권을 누리는 중간 관리자는 기업가가 아닌 '조금 덜 불평등한' 프롤레타리아이다.
이들은 아무도 착취 이윤에 관심을 갖지 않지만(기업가가 아니기 때문에), 불평등한 계층을 유지할 수 있는 기득권 세력으로 성장한다. 여기서도 결국 ‘비숙련 노동자들의 이익’, 그리고 '생산 수단의 관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는 결국 더욱 불평등한 구조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러한 사회를 이미 경험했다.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중간계급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의의를 죽을 때까지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결국 그는 자본주의를 가장 치밀하게 분석하고도 봉건국가를 넘어선 사회계급을 상상할 수 없었던 한계 때문에 미완의 혁명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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