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에 담긴 창의적 스토리텔링의 비밀

M.동방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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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 1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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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하는 작품에는 비밀이 있다

 

히트작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데릭 톰슨'의 저서 『히트 메이커스』는 서문에서 요하네스 브람스의 <자장가>가 19세기 최고의 인기곡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힌다. 데릭 톰슨은 브람스의 <자장가>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할 수 있었던 근원적인 원인은 브람스의 특별한 창작 기법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브람스가 아름다운 노래를 쉼 없이 만들어낼 수 있던 비결은 장르를 적절히 조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이라고 말하며 책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사실 브람스는 각 지역의 민요에 심취했고 기억하기 쉬운 혹은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으면 따놓았다가 작곡할 대 적절히 활용했다. 유럽 각지를 여행할 때면 도서관에 들러 해당 지역의 민요집을 찾아 악보를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곡조가 있으면 기록해두곤 했다."

(※ 데릭 톰슨이 <자장가>가 급속히 퍼질 수 있었던 경로에 대해서는 미디어 산업의 변화와 독일인의 대 이주 사건 때문이라고 말한다.)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브람스는 '샘플링 기법'을 사용하는데 능했던 것이다. <자장가>를 들어보면 브람스의 창작 원곡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처럼 묘한 기시감이 든다. 특히 몇몇 (유럽의) 음악 사학자는 <자장가>가 바우만의 민요곡과 아주 흡사하다고 말하며 '그런 듯 아닌 듯' 아주 절묘하게 패러디한 수준이라 평했다.

 

미국 브람스협회(Ameriaca Brahms Society) 이사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브람스 연구자 대니얼 벨러 매케너는 이렇게 말했다.

<자장가>에는 샘플링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반복'과 은근한 '놀라움'이 담겨 있어요."

 

<출처 : 유튜브, 브람스 자장가 https://youtu.be/UtRkz0Cvgmk>

 

데릭 톰슨은 청중들이 <자장가>를 듣자마자 환호했던 이유는 브람스가 당시 사람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 민요에서 기본 음조를 따왔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그는 브람스가 익숙한 음조에서 자신만의 음악적 재능과 장식을 덧붙였을 뿐이라고 말하며 <자장가>는 특별히 대단한 독창성을 지닌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그는 사람들에게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던 것 같은 익숙함이 히트의 이유라 말한다. 그는 저서인 『히트 메이커스』에서 이런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의 기대 심리란 무엇일까? 거기에는 아주 오래전에 파놓아 이미 길이 다 들 대로 든 도랑과 같은 측면이 있다. 이 도랑을 따라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흘러들어가는 제품이나 아이디어라면 곧바로 히트 상품이 되는 것이다. 지난 16년을 돌이켜보자. 미국에서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는 <스타워즈>처럼 이전 성공작의 속편이거나 <그린치>처럼 이미 인기를 얻은 책을 각색한 작품이었다.

 

데릭 톰스가 말하는 히트작의 공식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디즈니가 기존에 존재하던 이야기인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와 같은 동화로 흥행작을 만들던 관행을 깬 최초의 작품은 <라이언 킹>을 꼽을 수 있다. <라이언 킹> 디즈니에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스토리를 창작해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1994년 최고 수익을 올린 영화가 되었다. 또한 두 개 부문 아카데미상을 수상, 한 개 부분에서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최대 히트작이다. 그럼 이 놀라운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을까?

 

 

당시 디즈니에서는 창작 스토리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자는 논의에 회의적이었다. 사실 <라이언 킹>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아프리카에서 사자와 더불어 사는 밤비(최초 주인공은 사슴이었다.)'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첫 대본이 채택되지 않자, 작가 다섯 명이 머리를 맞대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왕위 계승에 대한 서사적인 이야기를 지어냈다. 이 이야기가 경영진에게 들어갔을 때 당시 CEO였던 마이클 아이스너(Michael Eisner)는 내용을 잘 못 이해하고 이것을 <리어 왕 King Lear>로 만들 수 있겠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모린 돈리(Moureen Donley)라는 작가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게 아니라 이 아야기는 <햄릿 Hamlet>입니다" 롭 민코프에 따르면 곧바로 모두가 내용을 이해하고 '아하'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고 한다. 제작팀은 그 자리에서 사자판 <햄릿>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초의 무에서 유를 창조한 '히트'작품이 되었다.

 

사실 <라이언 킹>이 고객들(뿐 아니라 경영진에게도)에게 거부감이 없이 다가온 이유도 본래 고전으로 유명했던 내용을 동물의 이야기로 각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이언 킹>의 대본 팀은 <햄릿>의 명대사인 "사느냐 죽느냐"의 장면을 개코원숭이 라피키가 주인공인 새끼 사자 심바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장면으로 대체했다. 와튼 스쿨의 조직 심리학 교수인 애덤 그랜트는 저서인 『오리지널스』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참신함으로 시작해서 익숙함을 더할 경우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하며 <라이언 킹>은 바로 이러한 점이 사바나 평원이 고전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라고 주장한다. (※ 아담 그랜트에 따르면 제품에도 참신함으로 시작해서 익숙함을 더한 아이디어가 독창성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러한 제품들이 기존의 것들보다 약 14퍼센트 더 실용적이라고 평가했다.)


 

사람들은 친숙한 것을 좋아한다. 실제로 사람들이 이성을 선택할 때도 완전 낯선 사람보다 자주 마주친 사람에게 호감을 느낄 확률이 높다. (※ 스탠퍼드 대학원의 조나 버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무의식적이라도 자주 마주친 사람이 낯선 이성보다 호감을 느낄 확률이 훨씬 높다.) 이처럼 사람들은 친숙한 것에 본능적으로 경계를 풀고 끌리는 감정을 갖게 되는데 이것을 '유창성'이라고 한다.(※ 유창성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반복적 노출'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친숙하기만 한 것에는 지루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친숙함 속에 의외성을 좋아한다. 히트하는 콘텐츠의 비밀은 결국 이 유창성과 이외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는지에 대한 답이다.

 

 

미국 산업 디자인의 아버지 레이먼드 로위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거대한 이론 틀을 만들어냈는데 이를 '마야(MAYA Most Adavnced Yet Acceptable)라고 이름 붙였다. 그에 따르면 마야 원칙은 사람들이 과감하면서도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제품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수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택 상황에서 소비자는 (a) 새로운 것에 대한 매력 (b)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저항 등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익숙하지 않음에 대한 저항이 임계 수준에 도달하면서 구매 저항이 시작되는 순간에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진보적인' 디자인이 치고 들어간다."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가 절묘한 조합을 이루는 '친숙한 놀라움'을 추구하는 것이 로위가 말하는 마야 원칙이다. 이처럼 다른 분야에서 효과가 입증된 일반적인 원칙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는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2014년에 하버드대학교와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연합 연구 팀이 미국 국립보건원처럼 권위 있는 기관은 어떠한 유형의 연구 제안서를 선호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팀은 150개의 연구 제안서를 준비한 다음, 각 제안서의 독창성 수준에 따라 점수를 매겼다. 그리고 세계 정상급 과학자 142명에게 제안서를 보여주고 평가를 부탁했다. 놀랍게도 독창적이고 새로운 제안서 대다수가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오히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약간 새로운' 제안서였다. 이와 비슷한 연구에서 브라이언 우지와 벤 존스 교수는 약 1만 2천 종의 학술지에 발표된 1790만 편의 학술 논문을 조사한 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모든 학문 분야를 망라한 1790만 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거의 보편적인 패턴이 어떤 학문에나 적용된다. 많은 영향력을 끼친 논문은 과거의 개념들을 일목요연하게 결합한 동시에 색다른 방식으로 결합한 특징을 보여준다."

 

데릭 톰슨은 이처럼 히트작에는 '최적의 새로움'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레이먼드 로위가 말하는 '수용 가능한 수준의 진보'와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영화계에서 '하이 콘셉트 피치'(여러 개념이나 요소를 혼합하는 융합적 또는 복합적 접근법)를 주로 사용하는 것도 이해 가능하다. <타이타닉>의 초기 시나리오 제목이 '침몰하는 배 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던 것이나, <에일리언>의 초기 시나리오 제목이 '우주의 <죠스>'와 같은 것도 넘쳐나는 시나리오 속에 '최적의 새로움'을 내세워 선택받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누구나 독창성을 발휘하고 싶어 하는데, 여기에는 최적의 지점이 있다. 독창성이 미흡하면 따분하거나 진부하게 느껴진다. 한편 독창성이 과하면 청중이 이해하기 어렵다.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 목표이지, 산통을 깨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 롭 민코프(디즈니 애니메이터, 라이온 킹 등 다수 작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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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보이지 않는 영향력, 조나 버거, 김보미 , 문학동네, 2016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 홍지수 , 한국경제신문, 2016

히트 메이커스, 데릭 톰슨, 이은주 , 21세기북스, 2017

1등의 습관, 찰스 두히그, 강주헌 , ALFRED,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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