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회사 상관은 무능력할까

M.동방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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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 2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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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리더는 '우뇌' 인재에서 나온다

 

 

직장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 느껴봤을 법한 고민이 있다.

'왜 내가 다니는 회사의 상관은 무능력할까'

사실 내 주변에도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들이 꽤 많다. 지금 관리자 위치에 있는 이들도 과거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할 때는 비슷한 소리를 하지 않았을까? 그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지금의 위치까지 올랐을 텐데 왜 이런 고민은 없어지지 않을까?

 

캐나다의 심리학자 로렌스 피터(Laurence J. Peter)는 "조직의 서열구조 속에서 모든 구성원들은 자신의 무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까지 승진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아마 옆 동네 서구사회에서도 무능력한 리더가 많았던 모양이다. 어쨌든 그가 이런 결론을 내린 이유는 어떤 직급에서 요구되는 역량과 그보다 한 단계 위의 직급에서 필요한 역량이 서로 독립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통계 물리학자인 알레산드로 플루치노(Alessandro Pluchino)는 로렌스 피터의 가정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했는데 결과가 꽤 흥미롭다.

 

플루치노는 컴퓨터상에 6단계 직급으로 피라미드형 조직을 마련하고, 그 안에 160명의 가상 직원을 배치했다.(연령과 업무능력은 무작위로 부여) 그리고 아래 직급의 직원을 위 직급의 공석으로 승진시키는 방식을 아래와 같은 세 가지 로직으로 다르게 설정해 시뮬레이션 했다.

'베스트 승진' - 아래 직급에서 가장 높은 역량을 보이는 직원을 승진

'워스트 승진' - 가장 역량 수준이 낮은 직원을 승진

'무작위 승진' - 아래 직급 떼의 역량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한 명을 뽑아 승진

 

시뮬레이션 결과, 조직 전체의 역량 수준을 높이는 데는 '베스트 승진'보다 '워스트 승진'이 훨씬 좋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베스트 승진'은 조직의 역량을 10% 낮춘 반면, '워스트 승진'은 12%를 향상시켰던 것이다. 한편 '무작위 승진'은 1%의 역량 향상 효과를 나타냈다. 물론 플루치노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가 현실의 모든 조직 시스템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같은 계량적 연구에서 '베스트 승진'이 오히려 조직의 역량을 낮춘다는 결과는 꽤나 놀랍다.

 

플루치노의 결과가 다소 충격적이지만 조직에 무능력한 상관이 많은 것이 단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승진 시스템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조금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우리는 흔히 직업에 '전문special'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 또는 전문직으로 대변되는 박사, 교수, 의사, 변호사 등은 최상위 직업군으로 명예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리더론(論)의 관점에서 보면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물론 이러한 시각에는 대부분 지식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무능한 리더는 오히려 이쪽에 더 많은 듯하다)

 

<출처 : JTBC SKY 캐슬 홈페이지>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카이캐슬은 대한미국 상위 계급 자녀들의 입시 경쟁을 다루고 있다. 이들의 직업은 대학교수, 의사 등으로 전문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런 사회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전문가가 되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입시교육을 받을 때까지 제도(制度)화된 교육을 받는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개인을 평가하는 방식은 상상력이나 창의성 보다 이미 정해져 있는 정답을 고르는데 맞춰져 있다. 흔히 수학과 물리학처럼 논리와 추론 능력이 우수한 학생을 똑똑하다고 재능 있다고 치켜세운다. 그리고 이들은 대학으로 진학해 '전문 학사'라 불리는 학위를 받고 사회에 진출한다. 대학 진학을 위해 필요한 학력고사 이름이 '수학능력시험'인 것도 이런 사회적 풍속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수학능력(修學能力)'- 특히, 전문대학 이상의 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의 차례에 따라 베푸는 학업을 닦을 수 있는 능력, 출처 : 네이버 사전

 

마치 포디즘fordism을 연상시키는 규격화된 교육과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주로 '좌뇌'를 사용하는 것이 선善이라는 편향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좌뇌'형 인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세상에 '좌뇌'형 인재만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인재를 평가할 때 눈에 보이는 업무 스킬이나 디테일한 부분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집단 지성이라는 측면에선 인재의 여러 부분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참고 : 조조와 퍼거슨의 용인 공통점) 아래의 뇌 그림은 좌뇌와 우뇌에 따른 특성을 간략히 나타낸 것이다.

 



※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로저 스페리(Roger Sperry)교수는 우뇌와 좌뇌 사이의 사고방식 차이를 발견해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대뇌의 좌측 반구는 순차적으로 추론하고, 세부적인 것을 분석하고, 직선적 분석에 뛰어나다. 분석에 뛰어난 좌뇌형 또는 직선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똑똑하bright다고 말한다.

- 대뇌의 우측 반구는 넓은 범위를 넘어 생각하고, 주제를 인식하며, 큰 그림을 잘 그린다. 세상 물정에 밝은 우뇌형 또는 수평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현명smart하다고 말한다.


좌뇌를 활용한 연역적 사고는 선형적인 문제해결 능력, 즉 눈앞에 보이는 세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능하지만,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직관력이 필요한 부분에선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아래 직급과는 다르게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대게 한두 가지 일만을 하지 않는다. 팀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해야 하고, 조직원들의 감정이나 성향을 고려하는 등 보다 전체적이고 다변적인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것은 앞서 말한 좌뇌적 기능에만 특화된 인재들에게 발휘하기 힘든 특성이다.


금융계의 헤지펀드의 전설적인 기업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리더에 어울리는 인재는 보통 '우뇌형'이라 말한다. 그는 지난해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된 『원칙 Principle 』에서 고(高) 성과를 내는 리더는 우뇌형 인재 중에서도 '목표 지향적'인 특징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며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일상의 업무에 집중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는 이런 차이들이 직관적인 사람과 감각적인 사람 사이의 차이점과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목표를 중시하고 목표를 구체화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큰 그림을 볼 수 있고,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고, 미래의 일들을 예측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목표 지향적인 사람들은 일상의 업무에서 한발 물러나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 이들은 새로운 일(조직이나 프로젝트)을 창조하고, 변화가 많은 조직을 관리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 일반적으로 폭넓은 시야와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목표 지향적인 사람들은 선견지명이 있는 리더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 한 연구에 따르면,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은 일반인들보다 4배나 많은 '난독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난독증을 겪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좌뇌형 사고와 선형 ' 순차형 추론에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게 청각이 발달해 있듯이,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영역의 능력이 더 발달해 있다. 예일 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이자 난독증 전문가인 샐리 세이위츠Sally Shaywitz는 이렇게 말한다.

"난독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들은 직관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요. 큰 그림을 볼 줄 알며 단순화하는 능력도 탁월하지요. 암기하고 암송하는 데는 취약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합니다."

 

<출처 : 위키백과>

영국의 버진 그룹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도 난독증이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600만 부 이상이 팔린 『EQ감성지능』으로 유명한 다니엘 골먼은 15개 대기업 임원들에 관한 연구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돋보이는 실적을 올리는 사람들과 평범한 사람들을 구별하는 단 한 가지 능력은 패턴의 인식, 즉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느냐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추출해내고 미래에 대한 전략적인 사고를 하도록 해주지요."

그는 발군의 실적을 보이는 사람들은 연역적 추론에 덜 의지하는 한편, 조화를 이루는 직관적 ' 전체론적 사고의 특징을 보이고 있음을 발견했다.

 

레이 달리오가 말하는 것처럼 우뇌형 인재가 탁월한 리더의 조건이라면 현재 우리나라가 배출해내는 인재들과 사회적인 시스템 안에서 재능 있는 리더가 나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어쩌면 지금껏 우리는 실적이나 성과와 같은 측정 가능한 데이터에만 의존해 조직의 퍼즐을 맞춰왔는지 모른다. 우리는 스티브 잡스의 괴팍함과 예술성을 찬양한다. 또 그의 메시아적 리더십에 열광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료주의적 시스템과 교육제도 속에서 우리는 조직 안에 있는 또 다른 '스티브 잡스'와 '제프 베조스'들을 내쳐왔는지도 모른다.

 

교향곡에서 작곡자와 지휘자에게는 여러 책임이 있다. 그들은 금관악기가 목관악기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타악기가 비올라의 소리를 묻히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를 훌륭하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작곡가와 지휘자들은 이러한 관계를 잘 엮어 부분의 합을 뛰어넘는 하나의 '전체'를 만들어야 한다.

- 다니엘 핑크

 

[관련 글]

3M 혁신의 비밀

 

 

<참고 문헌>

새로운 미래가 온다, 다니엘 핑크, 김명철 역, 한국경제신문사, 2012

원칙, 레이 달리오, 고영태 역, 한빛비즈, 2018

착각하는 CEO, 유정식, 알에이치코리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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