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의 용인술과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에게 '세계최고의 선수 중 하나'라고 말한 이유

M.동방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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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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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술의 대가는 눈에 띄지 않는 인재를 중용한다

 

 

과거 한 회사에 다닐 때 일이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회사였는데 마케팅 팀의 최 대리(가명)가 연봉협상에서 사측과 마찰을 일으켰다. 요는 다른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고, 지금의 연봉으로는 이 회사를 다닐 수 없다는 것이다. 몇 주 전 마케팅팀의 팀장과 사원 한 명이 관둔 상황에서 최 대리의 급작스러운 요구에 대표는 난감해 했다. 사측은 협상 내내 질질 끌려다니다 결국 최 대리의 요구에 맞춰줄 수밖에 없었고, 최 대리는 마케팅팀의 실질적인 팀장 역할도 맡게 되었다.

얼마 후 회사에는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았다. 회사 규모가 작았던 탓에 말이 새나갔던 것이다.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뻔했다. 묵묵히 일하던 다른 직원들은 회사를 나가겠다고 분란(?)을 일으킨 최 대리보다 연봉과 직급이 한순간 낮아져 버린 것에 화가 났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표는 실무진 한 명을 회사에 남기기 위해서 나머지 직원들의 마음을 떠나보내야 했다.

 

실제로 차등 보상을 시행한 조직에서는 평가 지표의 대한 객관성에 의문과 불만을 제시하는 직원이 많다고 한다.사람들은 스스로를 더 가치 있거나 평균 이상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 이를 '워비곤 호수 효과'라고 한다. (라디오 진행자인 개리슨 케일러가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워비곤 호숫가에 사는 남자들은 모두 잘생겼고 모든 여자들은 강하며 모든 아이들의 지능은 평균 이상이다"라고 말한 데서 기인)

워비곤 호수효과에 따르면 조직에 속한 직원들 대부분이 남들보다 우수한 인재라고 믿고 있을 테니 저런 상황에서 불만이 생기지 않는 게 이상할 노릇이다. 이런 경우, 리더가 자신을 잘 드러내는 사람에게만 주목한다면 회사가 공정하지 못한 인사를 진행했다는 빌미를 들어 재능 있는 인재가 다른 곳으로 떠나버릴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직원들은 리더의 눈에 띄기 위해 형식에만 열중하는 바람직하지 않는 풍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결국, 조직에 궂은일이나 장기간 공을 들어야 할 사업을 진지하게 수행할 사람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특히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기업에서 흔히 일어나곤 하는데 삼국지(三國志) 조조(曺操)의 인재관리 방식은 이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제시한다.  

조조는 '이전(李典)'이라는 장수를 중용했는데 이전은 본래 서생으로 어려서 학문을 좋아하고 책을 두루 읽어 자못 재주가 뛰어났다고 한다.  『삼국지(三國志)』이전전(李典傳)은 그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학문을 숭상하고 유가의 단아함을 숭상하며, 여러 장수와 공을 다투지 않았다. 그는 재주와 덕망이 있는 사대부를 존경하고, 예의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공순함이 있었으므로 군중에서는 그를 장자(長子)라고 불렀다.'

<이미지출처 : KOEI 삼국지12 이전 일러스트>

 

여포와의 복양 전투에서 성의 매복에 대비해 유일하게 조조를 말렸던 것도 이전이었고,(조조군은 이전의 말을 듣지 않아 결국 크게 패한다.) 유비군의 계략에 말려 크게 패했던 박망파 전투에서 홀로 적의 복병을 예상했던 것도 이전이었다.  

이전에게 돋보이는 점은 탁월한 전공을 세운 장수로서조조군 진영에 다른 장수처럼 거칠지 않고,겸허하고 조용하며 양보했다는 것이다. 특히 공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전공을 다투지도 않았다. 이런 성향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 이전은 주로 부장으로 많이 나온다. 때문에 후세 사람들에게 '평범한 장수' 정도로 폄하되기도 하는데 실제로 이전이 중랑장 직위를 받은 나이가 10대였다고 하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이전에게 조조는 매번 합당한 대우를 해주고 공정함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CCTV 백가강단 강의로 유명한 자오위핑 교수는 리더의 용인술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조직에는 '과묵한'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치켜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재능이 있어도 좀처럼 리더 앞에서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얻지 못하는 데 있다. 리더가 성과의 대한 포상이나 승진 등을 발표할 때 첫 번째로 발탁된 사람이 기층 일선에서 묵묵히 일을 하며 명리를 다툰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리더는 이번 인사로 두 가지를 선포한 것과 같다고 말한다. 첫째, 리더가 조직의 전 상황을 꿰고 있다는 것 둘째, 윗사람이 겉으로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으로 유명했던 알렉스 퍼거슨은 이러한 용인술을 잘 활용한 리더였다.

<이미지출처 : wikipedia, '알렉스 퍼거슨'>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던 시절, 호날두, 긱스, 루니 등 스타들이 즐비한 팀의 특성상 박지성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2009-2010 챔피언스리그 16강 밀란과의 경기 이후 팀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그에게 세계적인 명장 퍼거슨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이 전술의 핵심이었다. 루니를 칭찬할 수도 있다. 그는 굉장했으니까. 하지만 박의 모범, 영리함, 희생으로 우리는 전술적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 2010년 3월

알렉스 퍼거슨 감독 재임시절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유독 헌신적인 선수가 많았던 것은 우연이었을까?

 

[관련 글]

읍참마속(泣斬馬謖)과 맥도날드 밀크쉐이크 실수(Milkshake Mistake)

 

 

<참고 자료>
은퇴, 퍼거슨 어록 "박지성은 최고, 문제는 그가 모른다.", J스포츠팀, 중앙일보, 2013.05.08, https://news.joins.com/article/11464286
판세를 읽는 승부사 조조, 자오위핑, 위즈덤하우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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