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증후군에 걸린 영포티
P. 동방불패
·2026. 1. 30. 13:40
영포티는 왜 혐오의 단어가 되었나
‘영포티’는 더 이상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다. 이 단어는 이제 젊은 세대와 40대 남성 사이의 갈등을 상징하는 언어가 되었다. 이 현상을 ‘젊은 남성들이 경제적 여유를 가진 중년 남성과의 연애 경쟁에서 밀려난 분노’로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해석은 충분하지 않다. 나이 든 남성의 추파에 대한 불쾌감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연애 경쟁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젊은 세대가 느끼는 ‘미성숙한 어른’에 대한 분노가 있다. 그들이 말하고 싶은 건 단순하다. '제발 나이 값 좀 하시라'는 것이다.
융 학파인 로버트 무어나 더글러스 질레트 같은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건강한 남성성의 부재’로 설명한다. 이들에 따르면 사회에서 멘토 역할을 해야 할 성인 남성들이 사라진 이유는 산업화 이후 공동체가 붕괴되며 ‘성인식’이라는 통과 의례가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는 순간이 없으니 육체만 늙은 채 내면은 성장하지 못한 사람이 양산된다. 아이의 욕망을 그대로 품은 채 중년이 되는 것이다.

이 현상은 40대 남성들이 즐겨 소비하는 문화와 패션에서도 드러난다. 스냅백, 힙한 스트릿 패션, 마블 굿즈로 대표되는 캐주얼한 취향들. 과거 중년 남성의 상징이었던 다림질된 셔츠나 ‘어른의 복장’은 사라졌다.
물론 취향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역할의 부재다. 아이 같은 취향을 가져도 상관없다. 하지만 동시에 책임지는 어른의 역할까지 내려놓았을 때, 그 모습은 더 이상 ‘젊은 감각’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피터팬'이 된다. 그래서 ‘영포티’를 향한 조롱의 시선에는 단순한 세대 혐오를 넘어 ‘멘토의 부재’, ‘기댈 수 없는 어른들’에 대한 분노가 함께 섞여 있는 것이다.
이 분노는 40대를 향하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 전체를 향한 경고다. 어른이 사라진 사회에서 과연 누가 다음 세대를 이끌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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