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교복 노스페이스 패딩은 다 어디로 갔을까?
M.동방불패
·2018. 11. 19. 17:26
재작년부터 겨울만 되면 롱패딩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올해도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롱패딩의 인기는 아직 유효한 것 같다. 어떤 상품이 유행하는 이유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따라하려는 심리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사회적 증거의 법칙'이라 이름 붙였다. 유명인이 자살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실제 자살률이 높아지는 현상도 사회적 증거의 법칙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기업은 과거부터 이런 동조화 현상을 이용해 마케팅을 해왔다. 지난해 평창올림픽 패딩의 품절 사태는 마케터들이 사회적 증거의 법칙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중 하나다. 예능 프로에서 '녹음된 웃음소리'를 사용해 실제 웃음을 유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은 십대 청소년들에게 더 강하게 작용한다. 이들은 성인보다 훨씬 더 타인의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했던 업체 중 하나가 몇 년 전 고등학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노스페이스'다.
처음에는 선도자의 역할을 한 몇몇의 학생들이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고 다녔다. 그러나 노스페이스는 당시 아웃도어 브랜드 중 비교적 고가에 속했기 때문에 누구나 갖지 못하는 브랜드였다. 때문에 이러한 품귀현상이 오히려 십 대들에게 더욱 소중한 아이템으로 여겨져 불에 기름을 붓듯 유행은 퍼져나갔다. 유행에 민감한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이것은 곧 동조현상을 불러일으켰다.
노스페이스 코리아는 이러한 상황에서 10대를 타깃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10대의 아이콘인 '빅뱅' 등 트렌디한 이미지의 아이돌을 광고에 내보내기 시작했고, 본래 30~40대의 이미지가 강했던 노스페이스를 더욱 어린 이미지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 이 '머스트 해브' 아이템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강한 사회적 증거로 작용을 했다. 그런데 만약 남들이 다 장착하고 있는 이 아이템을 나만 갖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학교나 친구들로부터 배척을 당하거나 외톨이가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것을 심리학자들은 '동료 압박'이라고 부른다. 결국 노스페이스 열풍은 '등골 브레이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사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독특한 것은 노스페이스 열풍이 지난 지금 십대 청소년에게 노스페이스 브랜드는 더 이상 '머스트 해브'아이템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꾸준하게 인기를 유지하는 타사에 비해 노스페이스가 급격하게 그 기세가 사그라든 이유는 무엇일까?
노스페이스가 청소년 시장에서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은 다음의 두 가지를 이유로 들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세대 추월 genrational lap'현상이다. 세계적인 마케터인 마틴 린드스트롬은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10대들이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동료 압박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과 반대로 특정 브랜드가 '지나치게' 유명하고 널리 알려져 있을 때 오히려 역효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리고 기성세대가 특정 브랜드나 유행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시점이 되면, 젊은이들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지고 철이 지난 것이라 단정 짓는 성향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린드스트롬은 세대 추월 현상으로 리바이스의 사례를 든다.
"80년대에 리바이스 청바지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누구나 리바이스를 입었다. 하지만 2001년 그 브랜드는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 갑자기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시장점유율은1986년 18.7%로 부터 12.1%로 추락했다. (...) 베이비붐 세대가 성장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세대 추월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항적인 아이들은 '아버지'가 입었던 청바지를 입으려 하지 않았다. 이제 아이들은 부모 세대로부터 자신을 차별화해줄 수 있는 다른 청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는 학생들에게 노스페이스 패딩이 예상보다 너무나 빨리 확산됐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마케터인 알 리스는 저서인 『마케팅 반란』에서 콜레코 인더스트리 완구업체의 예를 들며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1983년에 콜레코 인더스트리스는 캐비지 패치 키즈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은 전국 매장에서 앞다투어 인형을 사들였다. 이에 관한 콜레코의 반응은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내자'라는 것이었다.(...)그 결과, 불과 2년 후에는 이 인형을 통한 매출액이 6억 달러를 웃돌게 되었다. 그런데 그 다음 해 캐비지 패치 인형의 판매량은 2억 5,000만 달러 수준으로 뚝 떨어지게 되었다. 1988년에 접어들자 콜레코 인더스트리는 급기야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알 리스에 따르면 브랜드는 각각 나름의 수명이 존재한다. 이때 기업의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너무 빠르게 확산이 되면 확산된 속도만큼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빠르게 잊게 된다.
정리하면, 노스페이스 패딩은 유행에 예민한 십대들의 '동료 압박'으로 빠르게 퍼졌다가 '세대 추월'현상으로 유행이 지나자 급격하게 브랜드의 생명이 소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알 리스는 브랜드를 관리하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한다.
"일시적인 유행 브랜드가 될 것 같은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면 반드시 인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생산량을 줄이고 유통망을 축소할 뿐 아니라 언론매체를 통한 노출을 자제해야 한다. 고객들이 해당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시기를 충분히 넉넉하게 잡고 일시적인 유행에 머물지도 모르는 브랜드를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는 브랜드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
<참고 문헌>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마틴 린드스트롬, 박세연 역, 웅진지식하우스, 2012
마케팅 반란, 알리스, 로라 리스, 심현식 역, 청림출판,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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