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케팅 - 작은 마케팅 클리닉(하)
잉기
·2019. 1. 9. 13:08
작은 마케팅 클리닉에 다녀오다 - by 잉기
(상)편에서는 “상품으로 소통하라”라는 주제로 돈 안 드는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이게 ‘작은 마케팅’의 전부일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추가적인 ‘작은 마케팅’ 전략에 대해 알아보자.
3. 대기업도 이기는 작은 회사의 마케팅 전략
마케팅의 대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본인의 저서 『마켓 3.0』에서 1~3세대의 마켓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3세대의 마켓이 도래하기 전, 전통적인 대량생산 체제의 2세대 마켓의 핵심은 경쟁(Competition)이었다.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차별화와 포지셔닝의 개념이 중요했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본인의 저서로도 유명한 알 리스의 다른 책 『마케팅 전쟁』에는 그 당시 마케팅을 ‘땅(영토)’에 빗대어 설명한다. 정해진 파이 내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가가 중요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 주요지표를 ‘시장점유율’에 두어왔다.
시대가 바뀌어 3.0세대가 도래했다. 세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각 세대마다 고객의 의미다. 마켓 1.0에서는 고객의 의미가 구매자(Mass Buyers), 마켓 2.0에서는 소비자(Smart Consumer)였다면 새로운 시대의 3.0에서는 고객을 ‘사람(Whole human)’으로 본다. 그렇기에 이전에 중요했던 경쟁보다 고객과의 ‘관계(Relationship)’가 중요시되는 것이다. 이는 최근 중요하게 여겨지는 고객관계관리(CRM :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갑자기 많은 용어가 나와 당황스러울 수도 있으니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인간관계를 3단계로 나누어 보면 첫 번째 ‘알아가는 단계(to Know)’, 두 번째 ‘사랑하는 단계(to Love)’, 마지막 ‘하나가 되는 단계(to be One)’로 나눌 수 있다. 고객 – 기업 사이도 모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이기 때문에 마케팅도 같은 단계를 가진다. 마케팅에서는 알아가는 단계를 ‘브랜드 인지도’, 사랑하는 단계를 ‘브랜드 선호도’, 마지막으로 하나가 되는 단계를 ‘브랜드 충성도’에 대입할 수 있다. 혹시 고객과 기업이 하나가 된다는 것이 잘 와닿지 않는다면 아래 이미지의 할리데이비슨 문신을 하고 그 기업의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을 보라.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는 변수가 존재하기에 항상 1단계에서 3단계로 평탄하게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살펴보면 1단계는 친밀도와 이해도, 2단계는 신용도와 신뢰도, 3단계에서는 공감도와 협업도가 주요하게 작용한다. 마케팅에서도 발생하는 같은 변수들을 위해 단계마다 기업에서 하는 전략이 있다. 고객과의 친밀도 ·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광고, 홍보 등 프로모션), 신용도 ·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고객지원(Call center, AS), 공감도 · 협업도를 높이기 위한 제품개발((참여형)기획, R&D)가 그것들이다.
그러면 이 마케팅 전략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되어 왔을까? 다음의 이미지를 보자. 다음의 이미지의 왼쪽에서 오른쪽은 1~3세대의 마케팅의 변화를, 위와 아래는 각 세대의 하수(위)와 고수(아래)의 마케팅 전략을 드러낸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주요 마케팅 전략은 아직 2세대, 그것도 하수에 머물러 있다. 지금은 마켓3.0시대, 변화에 발맞춘다면 작은 기업도 대기업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라면 6가지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마켓3.0 시대에 맞추어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은 당연히 3세대 고수 전략이다. 이 전략은 ‘커뮤니티 · 팬덤 마케팅’이며 현재 주류 기업인 애플, 샤오미, 페이스북 등은 전부터 이를 실행해왔다. 여기서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커뮤니티인 건 알겠는데 샤오미는 왜?”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우리는 샤오미를 단순히 ‘가성비 끝판왕’, ‘대륙의 실수’라고 부르지만, 그 성공의 기저에는 ‘미펀’이라는 커뮤니티가 있었다. 미펀의 회원 수는 1,000만 명이 넘는다. 샤오미의 직원들은 미펀에 올라오는 수많은 사용자의 건의를 읽고 매 주마다 운영체제인 ‘MIUI’의 업데이트에 반영한다. 유저의 요구사항이 실시간으로 받아들여진 업데이트는 그들에게 ‘내가 만들었다’라는 느낌을 주어 더욱더 열성적인 팬이 되게 한다. 이렇게 형성된 팬들은 샤오미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인터넷에 1억개 이상의 글을 남긴다. 이런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프로모션을 진행한 샤오미는 원가 절감을 통해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커뮤니티 · 팬덤 마케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고객에게 단순 물건이 아닌 ‘경험’을 파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물건이 출시되었을 때의 경험, 1년 이상의 노력이 데뷔라는 결과로 맺어질 때의 경험말이다. 고객은 그 경험을 공유하여 바이럴을 일으키고 커뮤니티와 팬덤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번 글의 맨 처음 부분에서도 말했듯 2세대 마케팅에서는 경쟁사와 땅따먹기를 하는 구조에서 ‘시장점유율’이라는 지표가 주요했다. 그렇다면 3세대 마케팅에서는 어떤 지표를 중요하게 생각할까? 바로 ‘고객 수’다. 조금 더 들어가자면 ‘단골 수’다. 그렇기에 최근 데이터에서 DAU, MAU(Daily, Monthly Active Users)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3세대 마케팅의 목표를 한 문장으로 나타내면 “상품으로 팬덤만들기”가 된다. 그렇다면 팬덤의 힘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 것일까?
4. 작은 회사를 위한 고객창출 시스템
여기서 첫 번째 소주제로 돌아가 보자. 첫 번째 소주제에서 우리는 대화의 구조에 빗대어 “마케팅은 대화다”라는 가설을 입증했다. 대화는 단발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반복되어야 한다. 따라서 마케팅도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되어야 유효한 것이다.
전통적 마케팅을 설명하는 Tool로 ‘마케팅 깔때기’가 있다. 하지만 깔때기 아래로 걸러내려면 위에다 어떤 것을 반복적으로 부어주어야 한다. 마케팅 깔때기에서는 그 역할을 프로모션이 담당한다. 프로모션으로 고객을 모집하고 그 고객을 다시 모집하기 위해서는 또 프로모션을 해야하는 식이다. 대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생산단가를 낮추어 프로모션 비용을 활용할 수 있지만, 자본이 없는 ‘작은 마케팅’에서는 아예 불가능한 구조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모델을 취해야 할까? 답을 보기 전에 먼저 바라트 아난드 교수가 『콘텐츠의 미래』를 통해 던져준 힌트를 보도록 하자.
“규모의 수익은 고정비에서 나오지만, 네트워크의 수익은 의사소통에서 나온다. 시장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지니고 앞서 가면 모든 것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규모에 의존해 경쟁한다면 다른 이들도 똑같은 고정비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한 당신을 따라잡을 것이다.”
답은 바로 네트워크를 이용한 ‘마케팅 엔진’ 모델이다. 자동차 엔진은 처음 작동할 때만 배터리로 전기를 걸어주면 더 이상의 충격 없이도 지속적으로 돌아간다. (물론 기름은 있는 상태에서) 마치 이것과 같이 알아서 굴러가는 마케팅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프로모션의 역할을 대신해줄 ‘팬덤’이 중요한 것이다.
위 그림은 마케팅 엔진을 도식화한 것이다. 배터리가 엔진에 충격을 가하듯 처음에는 프로모션이 필요하다. 위 이미지에서는 잠재고객(프로모션을 접하는 사람) 2,000명을 위한 프로모션을 한다고 하자. 유입단계의 전환율을 10%라 하면 기본고객(상품을 접하는 사람)은 200명이 된다. 이어지는 활성단계의 전환율을 25%라고 가정하면 활성고객(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50명, 그 중 40%가 단골이 된다면 단골은 20명이 된다. 중요한건 지금부터다. 단골, 즉 충성고객들은 바이럴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한 사람당 두 명에게 바이럴이 일어나면 다음 단계의 기본고객 60명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 기본고객 200명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잠재고객 1,400명을 위한 프로모션만 진행하면 된다. 위 예시에서 반복해서 엔진이 돌아갈 경우 3~4바퀴만 돌면 프로모션을 거의 하지 않고도 기존 2,000명 어치의 프로모션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것이 단골 마케팅, 팬덤 마케팅의 힘이다.
‘단골, 팬’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가 가는가? 그들은 단순히 한 명의 고객이 아니라 여러 명의 고객을 창출하는 시스템의 요소이다. 그리하여 ‘상품으로 팬덤 만들기’에 단골을 통한 ‘고객 창출 시스템’을 결합해 ‘상품으로 팬덤을 만드는 시스템’이 우리의 최종 목표가 된다.
개인적으로도 고객창출 시스템을 경험한 적이 있다. 몇 년 전 ‘비바리퍼블리카’의 송금서비스인 ‘토스’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유튜브 광고를 보고 바로 설치하지 않았었다. 얼마 후 친구에게 토스로 송금을 받았고 ‘이거 편리해’라는 말을 듣고 쓰게 되었다. 그 이후, 나도 여러 친구에게 권했고 얼마 지나자 주변의 많은 사람이 토스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지금 토스는 누적 다운로드 2,100만을 달성하게 되었고, 지난 12월에는 핀테크 스타트업 중 우리나라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이 되었다.
와튼스쿨 마케팅학 최고 권위자인 조나 버거의 저서 『컨테이저스』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등장한다. “입소문이 전통적인 광고보다 효과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입소문의 설득력이 훨씬 강하다. … 그들의 의견이 솔직하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하기에 광고보다는 친구의 말에 귀 기울이고 신뢰하는 것이다. 둘째, 입소문은 대상을 정확히 겨냥한다. … 그러나 입소문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관심이 있는 고객에게 전해지기 마련이다.”
이제는 단순히 프로모션을 하는 것보다 단골, 팬을 형성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지는가? 한 명의 고객도 놓치지 않고 팬으로 만들고 유지하는 것 그것이 대기업이라는 골리앗을 이기는 작은 기업의 물맷돌인 것이다.
<참고 문헌>
이미지 출처, 작은 마케팅 클리닉, http://klon.kr, 2019.1.8 접속
컨테이저스, 조나 버거, 정윤미 역, 문학동네, 2013
콘텐츠의 미래, 바라트 아난드, 김인수 역, 리더스북,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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