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협상법 윈윈(Win-Win) 협상이란?

M.동방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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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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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요구(Position)가 아닌 욕구(Interest)를 파악하라

 
최근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한 스타트업 기업의 박대표는 고민이 생겼다. 개발팀의 최과장이 급격한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최과장은 박대표와 함께 초창기부터 회사를 키워온 실력있는 인재였다. 평소 과묵하며 성실한 성격으로 사내에서도 평가가 좋았고 박대표는 최과장에게 높은 급여와 보너스를 챙겨주며 평소 최과장을 서운하게 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전 최과장은 갑자기 25%이상의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사내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최과장의 급여인상 요청은 박대표 입장에서 쉽게 수용하기 힘든 사안이었다. 또한, 최과장이 좋은 인재이긴 하지만 한 사람에게만 특별대우를 해줬다는 얘기가 새어나가면 다른 직원들의 사기에도 좋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처음 연봉 협상을 진행하면서 박대표는 25%의 연봉 인상률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과장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직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평소 과묵하고 얌전하던 최과장이 '이직'이라는 말까지 꺼내는 것 보니  자신이 처음 제시한 요청을 철회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최과장은 회사가 초창기부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핵심기술개발 업무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최과장의 이탈은 사측에 엄청난 손실이었다. 박대표 입장에서는 꼭 그를 붙잡아야 했다.
 
위 사례는 기업에서 흔히 벌어지는 상황이다. 박대표와 최과장은 각자의 입장을 놓고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다. 대게 이런 협상에서 서로 절충안을 찾지 못하고 감정이 상하고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 이같은 상황에서는 박대표는 어떻게 협상을 해야 할까?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협상법부터 살펴보자. 당신이 주말에 옷을 사러 아울렛 매장에 갔다.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셔츠를 발견한 당신은 그 셔츠를 4만원에 사려고 한다. 이때, 옷가게 주인은 셔츠가격을 이미 5만원으로 정해놓았다. 서로의 입장이 갈리는 순간이다.
 
<옷가게 사장> 그 셔츠 5만원입니다.
<당신> 너무 비싸네요… 4만원엔 안 될까요?
<옷가게 사장> 아니 그럼 남는게 없어요. 4만 8천원에 드릴게요.
<당신> 에이, 조금만 더 깎아 주세요. 4만 3천원은 어때요?
(몇번 흥정이 오가며…)
<옷가게 사장> 에이, 그럼 4만 5천원에 주세요. 더 이상은 안되요.
<당신> 음… 좋아요. 4만 5천원 여기 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벌어지는 흥정 상황이다. 협상 전문가들은 이를 잘못된 협상이라 말한다. 가게주인은 당초 판매액으로 정한 5만원에 팔지 못했고, 당신 또한 처음 정한 4만원에 셔츠를 사지 못했다. 때문에 서로 원하는 요구를 다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하여 이런 협상을 협상학에서는 'lose-lose 협상'이라 부른다.
 
우리가 늘 이런 협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자존심'때문이다. 서로의 입장이 상충하는 지점까지 양보하다 못이기는 척 결국 중간에서 타협해 '이 정도면 됐어' 라고 스스로 위안을 한다. 중간에서 타협점을 찾는 이러한 협상은 서로가 상대방에게 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장은 합리적일 것이라 여기지만, 사실 결과만 놓고 보면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하버드 협상학에서는 lose-lose 협상은 하수들이 전형적으로 취하는 협상법이라 말하며,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윈윈(Win-Win)협상법을 제시한다.
 
윈윈 협상이란 명칭 그대로 협상 당사자들이 모두 이기는 협상이라는 뜻이다. 윈윈 협상을 하려면 서로의 요구(Position)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욕구(Interest)를 찾아야 한다. 위의 상황에서 4만원과 5만원은 서로가 정한 입장이다. 모두 이기는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요구(Position)에서 한 발 물러나 욕구(Interest)를 알아내야 한다. 날씨가 더운 어느 날 냉장고에 콜라가 다 떨어진 편의점이 있다고 가정하자. 마침 매장을 방문한 손님이 주인에게 콜라를 찾는다면 편의점 주인은 어떤 식으로 대응할까? 아마 대부분 다음처럼 말할 것이다.
 
"콜라는 다 떨어졌는데 옆에 사이다도 시원해요. 사이다는 어떠세요?"
"이번에 새로 나온 음료순데 콜라보다 더 반응 좋던데요? 그거 한 번 드셔보세요"
 

요구(Position)는 빙산의 일각이다. 상대방의 내면에 있는 욕구(Interest)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가게 주인은 경험상 손님이 목이 말라 청량한 음료를 먹고 싶다는 욕구(Interest)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
손님의 요구(Position) = 콜라
손님의 욕구(Interest) = (시원함, 청량감 따위의 음료를 통한)갈증 해소
 
요구는 욕구를 대변하는 1차 표현일 뿐이다. 협상을 잘하려면 상대방의 욕구를 파악해야 한다. 다시 처음 상황으로 돌아와 보자. 박대표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최과장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최과장은 25%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회사는 15%이상의 임근 인상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서로의 입장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윈윈 협상을 하려면 박대표는 최과장이 대체 왜이렇게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욕구부터 알아내야 한다.
 
사실 최과장이 갑자기 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최과장에겐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있는데 최근 아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왔던 것을 알게 됐다. 최과장은 학교에 항의를 했지만 학교측은 대처에 소극적이었고, 아이가 학교를 다니기 힘들어 하자 최과장은 아이를 위해 전학을 선택해야만 했다. 때문에 급하게 이사를 준비하던 최과장은 집을 구하기 위한 자금의 문제로 박대표에게 거액의 임금인상 조정을 요청했던 것이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박대표는 언뜻 무리해 보이던 최과장의 요구가 경황 중에 나온 나름의 자구책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과장의 욕구를 파악한 박대표는 다음 협상자리에서 최과장에게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최과장이 처음 제시한 25%의 인상률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당장 집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회사가 담보가 되어 대출을 받게 해줄 수는 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간의 공을 인정해서 추가로 연봉도 10% 인상해주겠다."
 
최과장은 이 제안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당연히, 만족해하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실 최과장의 입장에서야 집 문제만 해결되면 연봉문제로 협상을 질질 끌 이유가 없었다. 또 급하게 이직을 준비하고 집을 알아보는 것들도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박대표의 제안에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 번째, 회사가 담보로 대출금을 지원했다고는 하나 최과장이 대출금을 값지 못할 경우 최과장의 퇴직금으로 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측에도 크게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두 번째, 사측에서 정한 임금 인상폭을 넘지 않고 합리적인 임금 상승안을 추가로 제안하여 사내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고 최과장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다.
 
박대표는 최과장의 욕구(Interest)를 알아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합리적 임금 인상'과 '인재 유출방지' 라는 당초 목표한 협상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 박대표와 최과장의 협상 결과는 갑과 을이 모두 이긴 윈윈 협상의 사례이다. 윈윈 협상의 가장 큰 장점은 이처럼 당사자들이 모두 결과에 만족하기 때문에 뒷끝이 남는 경우가 거의 없고, 오히려 장기적 파트너십 형성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비즈니스 뿐 아니라 일상의 여러 갈등 상황에도 적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매우 유용한 협상기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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