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을 잘하는 사람들이 협상도 잘한다고?
M.동방불패
·2018. 8. 28. 09:45
상대방의 숨은 욕구를 알아내어 창조적 대안으로 협상하라
지난 글에서 '윈윈 협상'의 사례로 든 박 대표와 최 과장의 연봉 재협상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참고 : 하버드 협상법 윈윈(Win-Win) 협상이란?)
- 최 과장은 박 대표에게 25% 임금 인상을 요구
- 박 대표는 인재 이탈을 막아야 하지만 너무 높은 인상률 때문에 곤란한 상황
- 최 과장의 욕구(Interest)를 알아내어 새로운 대안 제시
최 과장의 욕구는 '딸을 위해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다. 박 대표는 최 과장의 욕구를 알아내 '대출'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며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 협상에서 박 대표는 외부(은행)로부터 새로운 해결책을 가져왔는데 이를 협상 용어로 '창조적 대안'이라고 한다. 위 사례처럼 '창조적 대안'은 서로의 대립되는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준다. 때문에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협상 상황에서도 적절한 창조적 대안을 도출해 낼 수만 있다면 생각보다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창조적 대안은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다음 한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농부들의 사례를 보자.
김 씨는 자신의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비포장도로를 가로질러 고무호스를 설치해 놓았다. 그런데 옆 마을 사는 이 씨가 산 너머 밭을 갈기 위해 경운기로 비포장도로를 지나가려 한다. 경운기가 그 길을 그대로 지나가면 고무호스는 찢어질게 뻔한 상황이다. 김 씨는 논에 물을 대기 위해 고무호스를 도로에 설치해야 하고 이 씨는 밭을 갈기 위해 반드시 그 길을 지나가야 한다. 김씨와 이씨는 서로 양보하라고 우기면서 한치의 양보도 없다.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창조적 대안은 무엇일까?
보통 저런 상황에서는 비포장도로 아래에 고무호스를 묻어버리면 될 일이다. 그렇게 하면 경운기가 길을 지나갈 수 있으면서 논에도 이전처럼 물을 댈 수 있다.그럼 상황에 맞는 효과적인 창조적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전 포스팅에서 윈윈 협상을 하기 위해 상대방의 욕구를 알아내야 한다고 했다. 협상의 고수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상대방의 욕구 이면에 존재하는 숨은 욕구(Hidden Interest)를 찾아낸다. 숨은 욕구를 알게 되면 창조적 대안을 도출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협상 대상자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욕구들을 알게되면 협상에 필요한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처음 사례에서 최 과장의 욕구를 살펴보자. 최 과장의 1차 요구는 연봉의 인상이었다. 하지만 요구 이면에 존재하는 욕구는 이사를 위한 자금의 마련이다. 그럼 그 욕구보다 더 내면의 숨은(hidden) 욕구는 무엇일까? 아마 딸이 새로운 학교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지 않을까?
박 대표가 협상에서 최 과장의 숨은 욕구를 창조적 대안으로 이용한다면 '딸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심리치료 지원'이나 '가정 상담료 지원' 등의 내용을 추가로 제안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숨은 욕구를 알아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비즈니스 관계처럼 사회적 관계에서는 이런 내면의 숨은 감정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경험 있는 협상가는 오랜만에 만난 상대방과의 비즈니스 자리에서"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와 같은 간단한 인사말을 건내며 정보전을 벌이곤 한다. 자칫 평범해 보이는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인사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1. 형식적인 분위기 탈피 :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2. 질문을 통한 정보 수집 : 상대의 상태를 살피는데 효과적이다
3. 상대의 대한 초점 : 우선 상대를 생각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4. 일상적인 대화 :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를 언어 심리학에서는 '라포르(Rapprt)'라고 하는데 인간관계에서 '공감대' or '감성적 유대'라는 의미로 협상에서는 매우 중요한 과정 중에 하나다. 그래서 협상의 고수들은 늘 이러한 스몰 토크(small talk)를 이용해 상대방의 정보를 파악하고 협상의 파이를 키우는데 집중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대화 스킬 등을 통해 상대방과 심적 거리를 좁히면서 자연스럽게 정보를 얻어낸다. 그래서 초보들의 눈에는 협상 전문가들이 협상테이블에서 쓸데없는 잡답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협상 대상자들은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알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중요해보이지 않는 정보들이 오히려 협상력의 향상을 가져오는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협상 훈련의 첫걸음은 사람에게는 다양한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사람의 욕구는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한 가지 욕구에만 집착하여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나머지 대부분의 욕구는 '숨겨져' 있다. 그것은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잠재의식이다. 협상이란 이렇게 숨겨진 욕구들을 자극함으로써 상대방의 본래 욕구를 희석시키고 그를 통해 상대방이 지닌 융통성을 극대화시키는 과정이다.
<참고 자료>
협상의 10계명, 전성철, 취철규, IGMbooks,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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